누가 주인공인가
글을 쓰기로 결정하고 서른에 대학원에 갔다. 그 전에는 소설을 더 많이 읽고
소설을 한 두편 써보기도 했다. 정말 어불성설이지만 뮤지컬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어찌 어찌하여 대본과 가사를 쓰는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 사실 붙으면 운명이라고
생각하자, 고 하는 대책없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내게는 글쓰는 것이
이야기의 구조를 짜는 것이라는 생각을 거의 못 해본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이 어떤
소양을 갖춰야 하는 지 전혀 알지를 못 했다. 물론 책을 읽고 해서 이론은 어쩌구 저쩌구
알았지만 주인공이라고 하면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지 잘 몰랐다. 물론 지금이라고
아는 건 아니다. 알아도 아는 것이 아닌 것이 알아도 그렇게 쓸 수가 없다니 안다고
하지 못 함이요, 그렇다고 이론이나 말로 배우자니 이미 들었던 것이라 소 귀에 경 읽기인
탓이다.
여튼 주인공은 마지막에 죽든 어쨌든 이야기가 살아 있는 한 계속 살아가야 한다.
주인공이 죽어야 이야기가 끝나든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고전적인 측면에서) 실현하기 굉장히 쉽지 않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갖은 고난과 방해인물을 뒤로 하고 목적을 이뤄야 한다. 쉽게 그 목적이
이뤄지면 이야기가 금방 끝나니 쉽게 이뤄지면 안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주 너덜너덜
해지더라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아나간다.
이런 힘든 시기에서도 내가 아직 살아 있고 내 목적이 드라마나 영화, 소설 주인공처럼
확연히 보이지는 않고 또 그 목적에 해당하는 행동만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직 계속
살아 있는 이유는 내가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 있다면 당신은 주인공일 것이다! 나도 한 번 더 되새겨본다. 아직 안 죽었으니
주인공인가보다…….! 개고생을 하고 험난하고 너덜너덜해지더라도 살아 있다면
주인공인가보다...주인공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