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명사를 요구하고

세상은 명사를 요구하고 내 삶은 동사를 필요로 한다

by moonbow

연말이라 아마 화려한 시상식이 뉴스나 tv를 장식하리란 생각을 한다. 간간히 들리는 대학 동기들이나 후배들의 소식. (정말 소식 끊고 산다.) 이젠 누가 어떻게 사는지, 누가 어떤 감투를 썼는지 별로 감흥이 없다. 그러려니 한다. 내 삶은 다른 몫이 있겠지 관망해보면서.


나는 나이도 젊다기에는 많은 작가지망생이다. 주변 곳곳에서 공모전 합격 소식, 등단소식 등이 들린다. 종강총회에 참석하면서 오랜만에 불쾌했지만 잘 넘긴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 실패라고 규정되는 시간을 겪으면서 조금은 과정의 즐거움을 알았기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난 문장이,


세상은 명사를 요구하고 내 삶은 동사를 필요로 한다.


이다.


분명 내가 살아가는 하루의 시간들에는 명사가 요구되는 순간은 그리 없다. 일어나고 밥을 먹고 걷고 일을 하고 수업을 받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쓴다. 그 행위들의 동사들만이 나의 삶이다. 하지만 뭔가 세상에 나를 소개하거나 내 소식이 다른 이에게 들어가거나 실적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학교 행정의 물음 속엔 명사가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아주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말이지만, 때론 그 명사들의 부재가 내 삶을 송두리째 잡아먹었던 순간이 없다고 할 수 없기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명사들에 달관한 것도 초연해진 것도 아니다. 정말 필요로 하고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 동사라는 것을 온 몸으로 깨달았고 잊을만할 즈음인 지금 글을 쓰며 되새기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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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개처럼 살기를 소망해 본다.


길이 있으면 뛰고 꽃이 있으면 향기를 맡고, 햇볕이 따뜻하면 졸면서 그를 즐기고 반가운 이가 있으면 웃고........


할 일들과 해야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과 성취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예전같았으면 아마도 명사로 나는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마음으로 새겼겠지만 이젠 동사로 바꿔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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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친다, 처럼 파도는 명사지만 동시에 물거품과 일렁임과 바람과 소리와 내음을 모두 가진 많은 동사가 살고 있는 것처럼.


그럼 내 굳은 마음도 저 물거품과 함께 반짝이는 모래알갱이가 되어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순간이 있겠지.. 그러기를 기도하고 실천의 의지를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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