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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bow Jul 11. 2021

등장인물과 함께 - 동백이

<동백꽃 필 무렵> ; 동백이는 땅콩 서비스를 아무한테나 안줘  

드라마를 잘 안보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끝장을 보기 때문에(왜 이런 면에서만 끝장을 보죠?) 다음 날 일이고 뭐고 중간에 멈추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쩌다 드라마를 보게 되는 데(매우 추천해준 친구 쌩유) 그게 <동백꽃 필 무렵>이었고 신산한(왜 요즘 이 단어가 자꾸 맴도는 지 모르겠다.) 삶이 나뿐만이 아니겠지, 라는 마음에 엄청난 위로를 받아 버렸다.


사실 위로를 제대로 받기란 어려운데 위로를 하기도 쉽지 않고 마음이 힘든 마당에 어떤 말도 도움이 안되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야기'라는 것을 만든다. 이야기를 듣고 만들어서 하는 와중에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라면서 울고 웃고 공감하고 자기 이야기로 대입하고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아마도  옛날부터 설화, 전설, 구전된 이야기들이 엄청 많은 것이겠지.


근데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작가가 깊이 들어간 세계가 소위 '술집 여자', '비혼모' 등인 것 같은데 술 파는 혼자 사는 여자가 지방에서 어떤 시선 속에 사는 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위험하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작가는 그런 세계를 소재삼아 쓰거나 그 세계에 깊이 들어가는 것에 실패한다. 그런 것 같다. 내 생각엔. 이상한 결벽증(집에서나 결벽을 떨 것 이지, 내 자신아)에 괜한 소재거리로 실제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갖다 붙여 버리는 것에 질색 팔색을 하기때문에.(그러니 사실 뭐에 대해서 쓸 때 쓰질 못하겠다.. 어떤 감옥에 스스로 갖혀버린 것이지.) 하지만 내 이런 거부감은 금새 들어갔다.


소위 시장 여자들이란 팍팍하고 욕하고 무식해 보이는 여성에 대한 시각도 참신했고 각각의 캐릭터가 우리내 삶에 어디 숨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저런 캐릭터 없지, 란 생각이 들었기때문인데 그 결정체가 바로 '동백이'였다.


-동백이는 땅콩 서비스를 안줘


동백이는 건물주에게 땅콩 서비스를 안준다. 손목을 잡고 웃어 달라고 해도 절대 웃어주질 않는다. 온갖 구박을 받고 고아로 커오면서 파양도 당했는데 그녀의 마음씨만은 곱디 곱다. 그렇지만 '슬퍼도 안울어, 캔디'는 이상한 애라고 슬프면 울어야지, 코딱지같이 자꾸 움츠러드는 자기 자신의 '선함'을 지키고 산다. 그것을 지키고 살려고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대로 살아가고 아들 '필구' 학원비를 벌려고 끈질기게 가게 문을 연다.


물론 실제 삶은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보다는 훨씬 녹녹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동백이란 캐릭터가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것은 '캔디'처럼 울지도 않고 다 용서하고 '착한 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백이는 자길 찾아온 엄마를 똑같은 방식으로 버린다. 이 장면에서 펑펑 울어버렸는데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고 염치없이 신장 떼달라고 오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세상이라는 걸 알아버려서 인지 동백이 엄마든 동백이든 귀한 캐릭터임에 틀림 없다. 물론 그리고 자신의 어떤 부분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신뢰를 매우 잃고 사람도 믿지 않고 내 자신도 믿지 않게 되어 버려 마음이 허할 수밖에 없는 시절에 동백이를 만났다.)


아마 작가는 세상에 아직 이런 동백이들이 있어요, 황용식이 같은 사람이 '아 좋아해유우~~ , 아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옹옹'하며 콧소리로 인생의 꽃 피는 날이 있을 지도 몰라요우웅, 이라며 위로와 따뜻한 말을 건네려 쓴 작품임엔 확실하다.


동백이는 버림 받았고 또 파양 당했고 어딘가 그늘져 있다는 이유로 어딜가나 쭈뼛거리며(공효진 배우의 뭔가 손가락을 내려다 보며 몸을 살짝 흔들며 억울한 투로 말하는 모습이.. 참..)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으나 결국 또 사랑에 배신당하고 지킬 것을 지켜내려 용감해진다.


동백이가 억울하기만하고 울먹이기만 하며 조금 뭔가 그늘져 보이기만 하고  그런 애처로움과 가느다란 허리(시장에서 떡파는 아줌마가  대사가 너무 웃기다.'어디 샤츠를 바지에 집어 넣을 생각을 햐아~~~ 어딜 그런 생각을 햐아~~~') 인생 무기로 삼았다면  주인공은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동백이는 꼬장꼬장하게 지저분하게 사랑을 애걸하는 건물주에게는 절대 땅콩 서비스를 주지 않고, 억울하고 코딱지만한 목소리라도 '웃음은  팔았다' 자기를 지킨다. '술값에  손목값이랑 웃음 없어요.'라는 말을 며  자기 방식대로 자기 인생의 마지노선은 눈물겹게 지켜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장면에 '황용식이는~~' 눈이 돌아버린다.


- 동백꽃의 꽃말은 ; 진실한 사랑, 겸손한 마음,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추운 겨울에 혼자 피는 동백꽃. 사실 그것도 남쪽 지방에서나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예에전에 여수에 여행을 갔을 때도 동백꽃이 많이 피었고 제주도에서도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데도 동백꽃이 피어 있었다. 제주도에 유명한 '까밀리아 힐' 에 왜 연인들이 사진찍으라고 자꾸 의자가 두 개 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 알았다. 꽃 말이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라는 황용식이스러운 말이었구나. 그 때는 여자들끼리 가서 의자 두 개 있던 거 하나 저리 치우고 혼자 앉아서 사진 찍고 다시 의자 가져다 놨었는데 ....... 연인들....에게 .... 연인들을 위한....포토 존이었구나..... 이제 알아서 다행이다.


동백이 엄마는 술집 여자들 빨래 해주는 일을 하다가 도저히 애를 키울 수가 없어 동백이를 버리고 술집 작부가 되는데 한복을 입고 노래 안할 거면 나가라는 말에 울먹이며 젓가락으로 가락을 타며 '연분홍 치마가 ...'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 순간엔 자기는 죽었노라고 정숙은 고백한다. 여자로, 사람으로 마음에 지키고 있던 무언가를 오로지 '살아냄'을 위해서 삶에, 세상에 빼앗기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풍파에 그래도 지킬 무언가가 있다면 더 괴롭지만 힘이 생기기도 하고 또 더 삶은 신산해지기도 한다.



-신산(辛酸) ;  맵고 신 맛, 매워서 땀이 흐르듯 눈물이 나고 신 것을 먹은 것처럼 두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살아가는 일이 힘듦을 일컷는 말




그럼에도 동백인 지키려고 안간힘을 내고 동물의 왕국에서 가젤 중에서 가장 두려워서 튀어 나가는 놈을 사자인가 치타가 제일 타겟 삼아서 잡아 먹는데 자기가 항상 제일  겁많은 '가젤'이었다고 '각성' 한다. 그런 '각성' 하게 되는 계기는 하나 뿐은 아니다. 그치만 그 중엔  무대뽀, 직진남에 촌므파탈인 황용식이가 동백이가 제일 멋있다고 치켜 세워 주며 일련의 사건들을 겪기 때문일테다. 아마도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켜줄 수 있는 마지막 볼 일테다.




작가는 많은 동백이들에게 그런 '각성' '황용식이의 콧소리를 빌린 사랑' 주고 싶었던  같다.


환장하겠어유잉, 콧소리와 돌아버린 눈빛으로 태양과 같은 사랑을 준 황용식이/어느 멋진 남주보다 더 기억에 남을


동백이는 웃기까지 많이 울었고 코딱지처럼 짜부져 있었어요잉, 근데도 버티니께 황용식이두 만나구, 엄마도 만나구, 엄마가 젤 이쁘다는 필구도 있구, 고생이 참 많았어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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