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연은 미묘한 것이다
고양이와 관련해 내게 일어난 사건들을 돌이켜보자면 10살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빠는 내가 돌 때 강원도 산골에 자리를 잡으셨다. 그래서 난 자연과 벗삼아 노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어렸을 땐 시골이 싫긴 싫었다. 9살,10살 때까지는 그냥 좋았다. 세상 모든 것이. 그 당시 산에 가면 아빠 일을 도와주는 아저씨가 있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말못할 사연이 있었던 것 같은 아저씨. 물론 돌이켜보면 할아버지에 가까웠던 것 같다. 산골에 아무도없이 계셔서 그런지 외로움에 술을 많이 드셨고 어느 날은 들고양이를 키우셨다. 엄마는 질색을 했고 아빠는 집 안에는 들이지 말라고 하셨던 것 같다. 그건 지금도 지키는 룰로 동물은 동물답게 살아야 한다고 아빠는 생각하신다. 난 고양이가 너무도 신비로웠다. 들고양이라서 성격이 참 달랐다. 나는 나만 마주치면 석고상처럼 굳는 고양이를 멀리서 쳐다보면서 온 몸으로 너와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쉽게 친해졌다. 놀랍게도. 그 고양이는 정말로 애교가 많았고 나도 나에게만 곁을 주는 그 고양이가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산으로 놀러왔다. 고기를 구워먹고 난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열심히 놀았던 것 같다. 평상에 앉아 그 당시 올리버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분 옆에서 심각하게 조신함을 어필하고 있었을 때 그 고양이가 내 옆으로 올라왔다. 고양이는 아주 애교스럽고 우아하면서도 교태스런 몸짓으로 내 허벅지에 몸을 기댔다. 여태껏 그런 교태를 본 적이 없다. 갑자기 올리버 선생님께서 소스라치면서 너무 싫다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잘 보이고자 하는 욕망에 그 고양이를 밀쳐냈다. 그리고 나도 싫어하는 척을 했다. 그 순간 고양이와 나 사이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그 때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 고양이는 아무리 간절히 신호를 보내도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고양이는 집 근처에 오지 않았다.
그 이후엔 사실 개와의 인연이 많았다.
여러 사연과 사건들이 지나가고 나는 유기견사이트를 습관적으로 뒤지고 있었고 고양이와 인연을 맺었다. 묘연이라고 했다.
무슨 사연인지 이 아이는 길냥이가 되어 죽어가고 있었고 나에게 왔다. 털도 없고 말랐던 아이가 점점 고양이다운 도도한 눈빛을 갖게 되었다.
개와 고양이를 키웠지만 단 한번도 돈을 주고 비싼 동물을 키운 적은 없다. 아빠의 산골엔 집에서 키우다 요물이 된 개들이 살았고 유기견을 키운 적도 있다.
취업을 못하고 갈 곳이 없던 피로한 20대를 보냈을 땐 유기견의 표정과 습성을 알게 되었다.
개들은 나보다 빨리 세상을 떠났다. 나는 남았다. 그러던 중 나는 이야기를 짓는 사람이 되기 위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유기동물을 소재로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래서 그랬을까. 사람의 사연보다도 기구한 사연과 이야기를 지닌 동물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사건은 작은 사건들로부터 시작한다.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 고양이를 맘놓고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 길거리에 고양이를 보면 항상 인사를 했다. 고양이가 집나갔을 때 찾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선뜻 입양하지 않을 동물을 더 입양하고 싶었다. 카라 홈페이지를 뒤지다가 금요일이 지났다.
그리고 사건은 그 다음날 토요일 오후에 일어났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