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 서러웠던 것일까..
근래 나와 인연이 없는 동네에서 '영어토론'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그리 크지 않은 수업을 맡아서 하고 있다. 원장선생님께서 워낙 날 좋게 봐주신 덕분인지 왠지 마음이 끌려서 계산하면 안하는 게 나은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뭔가 활력도 되고 새로운 기분도 든다.
참 아이들은 신기한게 호기심있게 나를 보고 나를 좋아한다. 아무 이유없이. 그리고 아줌마나 할머니들과는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에 뭐랄까 거쳐야 하는 통로 없이 훅 들어온다. 나도 별로 격없이 훅 섞여든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참 귀엽다. 근데 동시에 정신이 없기도 하다.
영화를 보여주며 그 후에는 단어 맞추기 게임을 한다.
팀 버튼의 '가위손'을 보는데
1,2학년 반 아이들은 너무 무섭다고 오들오들 떨어서 너무 당황했었다...아고 귀여워.
그 중 말이 많고 개구지고 황당한 말을 잘 하는 2학년 남자 아이가 단어를 잘 못 맞추고 동생이 잘 맞추자 그것도 큰 지우개를 얼굴에 바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그걸로도 모자라 연두색 블록도 던지고.
내가 불합리하게 동생에게 점수를 주지도 않았고 그 남자 아이에게 점수를 준 상황인데 자기 답을 따라한다고 성이 난 것이다.
여자 아이는 피하지도 않고 평소에 자주 그러는 지 아무렇지 않아했다.
하지만 난 너무 놀란 데다 그런 일은 용납할 수가 없는 나이기에 정색을 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미안하다고 하라고 지우개 주워오라고 했다.
'아니요, 아니요'하면서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대답하다가 정색을 하니 잘 못 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는데 수업태도가 다 좋았으니 3점 줄까? 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남자 아이만 '저는 2점 주세요.'그러는 거다.
'왜?'
"왜?"
그랬더니 아무 말도 안하길래 "동생한테 지우개 던져서 그런거야?" 그랬더니 그렇다고 했다.
"우와 반성까지 하니까 4점 줘야겠다...우와 정말 대단하다. 반성하고. "
그랬는데 분위기가 약간 묘해졌다. 다른 아이들이 웃어서 그랬나. 그랬더니 갑자기 그 남자 아이가 우는 것이었다!!!
아악!!! ㅜㅜㅜㅜㅜ 너무나 당황스러운 것.
달래줬더니 아주 소매도 젖고 콧물도 흘리고 다음 수업 시간이 돼서 안다시피해서 끌고 나왔다.
수업 시간 초반에 영화에 남자가 여자 사진을 보고 반하는 장면이 있어서 남자친구 여자친구 얘기를 하다가 샘은 지금은 없어, 남자친구가. 그랬더니 그 남자 아이가 손을 번쩍 들면서 자기가 하겠다고 그래서 ㅎㅎㅎ 웃어넘기고 장난도 쳤는데.
자길 예뻐하는 줄 알았던 선생님이 정색하고 혼내서 서운하고 섭섭했나보다.
하아......귀여우면서도 참 아이는 어렵구나 싶기도 했다.
특히 남자 아이들을 가르칠 때마다 (유독 과외할 때도 남자애들은 좀 오랫동안 하게 되는데...여자애들을 가르쳐도 좀 남성적인 아이들을 오래 가르치고 남자애들은 좀 더 감수성이 풍부한... )
참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중1짜리 과외를 하는데 하도 초등학생마인드인데다가 까불고 내 실제 나이보다 열살은 많은 줄 알고 있어서 어머니랑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 궁뎅이를 때렸다(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라 나도 놀랐다.) 그랬더니 눈알이 튀어 나오려고 하면서 누구 이모같다고 했다.
수업할 때 내 팔 털을 하나하나 만진다든지 허벅지 (레깅스 위)에 붙은 고양이 털을 떼어 내든지 하지 말라 그래도 자꾸 장난을 치는 통에 한 번 혼났었는데 또 너무 정색하면 이상해질까봐 그리 크게 야단치지 않았는데. 참.
아이고오. ㅋㅋ
작년부턴가 "아... 나는 소년을 모르는구나." 생각했다. '소나기'를 읽을 기회가 생겨서.
그리고 '연인'영화를 다시보고 남자를 나는 안다고 착각했구나. 생각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