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에 대하여

50개가 넘는 감정은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한다

by moonbow

이틀 내내 비가 왔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치졸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열등감이 찾아왔다. 이번엔 좀 며칠 있을 모양이다. 내 곁에 이 감정이. 한 때는 감정 휘몰이에 한 껏 피해자가 되기도 했기때문에 모든 감정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풍부한 것이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일이라고도 느낀 적이 있었다.


오늘 오후 지하철에서 이 열등감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쓰다가 저장을 했는데 날아가 버렸다. 뭔가 서버 문제인지 내 실수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지하철에서 네트워크 오류가 브런치에 보이기도 하는데 그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사소한 것도 마음이 지쳐있을 때는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오늘은 비도 오는데다가 길가다가 한번은 넘어질뻔 했고 결국 집오는 길에 넘어져서 왼쪽 골반과 팔꿈치가 아프다. 카이로프랙틱으로 무너져가는 몸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라 오늘 교정한 골반이 다시 나간 것같아 아픈 것도 아프지만 속이 상한다. 집 문을 여는데


'아 진짜 되는 일이 없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KakaoTalk_Photo_2015-08-27-00-25-39_28.jpeg



모든 것에 다 눈을 가리고 싶은 마음. 혼자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나오고 싶지 않은 마음.

다른 누군가는 다 잘되는 것 같은데 나는 거기에 박수만 쳐야 하는 들러리가 된 것 같은 열등감.

이런 열등감이 때로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될 때도 있다.절치부심. 나를 더 나아가게 한다. 하지만 뭔가 그런 작은 실패를 맛 본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되면 이 열등감이라는 감정은 한 때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성격에 영향을 미쳐 꼬여있는 인성이 되고 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별 대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에 꼭 들지는 않지만 더 열심히, 아니면 전적으로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이다.


이 열등감을 비롯한 많은 감정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어떤 학자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 열등감 또한 내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일 수 있다. 아니,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낄만한 감정이다. 최근 '열등의 계보'라는 책을 쓴 젊은 작가(정말 젊다, 이 장편을 25살에 썼다. 아직 대학생이다. 난 또 한번 열등감을 느낀다. 처음 쓴 단편소설이 당선되었다고 한다. 아.... 또 한번 나는 될 사람은 되나. 하지만 곧 그의 인터뷰를 읽고 똑똑하군. 뭐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는 열등감조차 느끼지 않는 한국사람들의 감정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한 번의 큰 실패없이(내가 보기에) 큰 공백없이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는 것을 보면 난 또 한번 길을 걷다 웅덩이에 빠진 것 같은 마음이다. 사실 나랑 상관이 없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이미 앞으로 나아간 자들은 나에게 위로라고 '뭐 일 이년 차이나는 것뿐인데.....'라고 말하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이미 나아간 자들, 내가 미치지 못한 선에 미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나는 언제고 이 상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이다. 실패했다는 생각.


IMG_0841.JPG


모든 것은, 지금 보이는 모든 것들은 이 모래사장의 발자국일지도 모른다. 바람불고 파도치고 시간이 흐르면 그 자취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그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남기고 가겠다는 생각은 이미 망상일지도 모른다.


친한 친구랑 언쟁을 한 적이 있다. 그냥 시간이 지나도 남는 거 다 필요없이 지금 잘나가고 지금 벤츠타고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백퍼센트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화가 났다. 나는. 그리고 귀가 아프게 듣는 '과정이 그 전부다.' 라는 말 또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태에서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는 과정 중이지만.


한겨레에서 40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자살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친한 작곡가 언니가 페이를 제대로 못 받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지방대 박사과정이면서 강사를 하고 맥도날드에서 딜리버리 알바를 하는 이의 글도 읽었다.


비가 온다.


나는 열등감의 파도를 타고 어느 해변가에 가 닿는다.




이전 16화시래기_ 영혼의 자작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