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_ 영혼의 자작거림

시래기를 먹으면 마음이 자작 자작 끓는다

by moonbow

시래기는 이름은 그렇지만 먹으면 자꾸 먹게 되는 음식이다.

아빠는 할머니랑 오래 살아서 그런지 시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엄마가 자주 하는 반찬은 아니다. 언젠가 어렸을 때 시래기를 된장에 무쳐놓은 반찬을

아빠가 고기보다 더 잘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빠는 고기보다 시래기가 좋다고, 어린 나는 쓰레기를 먹는다고 깔깔대다가 먹어보고 맛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름만 듣도 놀려서 미안.


요즘에 밥벌이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예전에는 잘 못 가르쳤는데, 지금은 잘 가르친다기 보다는 혼자 하는 공부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데에 주력하고 있고 내가 스스로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니 나름 재미있다. 물론 50세에 가까우신 공무원 준비생인 아주머니랑은 급한 결별을 했지만......


제일 먼저 가르친 아이는 또래상담가였다. 서울시에서 하는 것 같은데, 방에 보면 박원순 시장의 감사패도 있고 예전에 또래상담가를 이젠 고3이라 할 수 없다며 학교 신문에 실릴 글을 보여줬는데 참 절절했다. 칭찬을 많이 해줬다.


또래 상담은 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같은 입장의 학생, 친구가 상담해주는 건가보다. 교육도 많이 받고 그런 것 같았다. 과외를 하는 도중에, 사실 과외가기 전에 좀 울다 갔다.

머리를 푼 나를 보더니 내 왼쪽 앞 머리의 새치가 많은 구역을 보더니 엄청 놀라면서 왜 이렇게 흰 머리가 많냐면서 무슨 속상한 일 있냐고 물었다. 공부를 안 할 속셈에 한 말은 아니고 계산없이 한 말이기도 하고, 고민 있으면 상담해준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속내를 털어놨다. 물론 20분 보충을 했다.


별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진지하게 들었고 녀석도 진지하게 얘기를 해줬다. 두 가지 결론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위안받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나보다 화를 내주기에 웃으면서 들었다.


역시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이 녀석의 어머니는 정말 환한 미소의 소유자이시다. 저렇게 웃으면 정말 세상 복이 다 들러 붙을 것만 같다.

이 녀석의 집을 나오면 청량리 경동시장이다. 과외하기 전엔 가까운 곳에 내리지만 갈 때는 일부러 시장을 통해 청량리까지 걸어나온다. 다양한 물건들과 상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유없이 위로가 된다. 이번엔 아예 작정을 하고 현금을 찾아 시장을 봐왔다.


이것저것 샀지만 바구니에 담긴 것보다 더 많이 주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비닐 봉지를 건너주며 스치는 손이 정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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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나눠서 냉동고에 넣어두고 시래기를 투하하고 물을 자작하게 넣고 된장을 풀었다.

사실 난 시래기볶음을 처음 해보는 것 같은데, 그냥 나는 마구잡이로 하는 터프워먼이기에 막한다. 배추랑 접선한 것같은 양배추도 넣는다. 이름이 뭐 있었는데 스프...어쩌구 양배추.



들깨가루와 날콩가루도 좀 넣는다. 팍팍, 자작자작, 보글보글.


왠지 이 냄새와 소리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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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 시켜먹고 남은 고추를 송송 썰어 넣는다.(사실 가위질)


뭔가 사진이 뒤집어 진 것 같지만....


시래기의 식감과 들깨가루와 콩가루의 고소함과 된장의 짭잘함, 고추의 약간 매콤한 맛이..

밥 먹기 좋았다. (사실 좀 짰다..ㅜ )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보다

시래기 볶음? 무침? 하여간 시래기는 그저 나에게 담담하게 꼭꼭 씹어 삼키고 밥을 한 숟갈 그저

입안 가득 넣고 시래기랑 같이 씹어 보라 한다.

그렇게 씹어 삼키고 나면 될 일을.......

삭히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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