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증

한 파가 한 차례 지나간 뒤에도 춥다

by moonbow

몇 주간 글을 쓸 수 없었다. 지나간 날들의 빈 공백를 메우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입금은 더디고 화와 빚이 쌓여 간다.


아마 내가 기억하기론 이렇게 쓰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었나 싶다. 물론 문장 하나 쓰질 못했을 때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 말이다. 온갖 악령이라도 해도 될만한 망상에 시달리다가 내 주위의 모든 것을 적대시하게 되는 순간을 어제 밤에 겪었다. 모두가 나를 음해하기 위해 존재한다 싶었다.


아, 한 순간이구나. 무너지는 것은.


이리저리 바쁘게 일을 하러 다니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아니면 눈물이 흐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우울증 증상이라고 했다. 뭐 새로울 것도 없었다. 살이 많이 쪘기때문에 한방병원에 가니 약만 먹고 아무 것도 먹지 말라고 했다. 봉침도 비쌌고 약도 비쌌다.

식비를 모두 병원비로 쓰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젊은 의사의 나를 사물로 대하는 태도와 연륜많은 의사의 모든 것을 살로 돌리는 매우 일갈적인 진리는 나를 힘들게 한다. 결국 오늘은 예정된 진료를 펑크냈다. 이것보다 이십만원 정도에 이르는 진료비의 이유가 더 크다.


이런 침체는 왜 찾아왔는가. 물론 내 정신적 한계와 체력을 넘는 과외 일때문이다. 가르치는 것은 내 적성인지 예전보다는 좋은 마음으로 하고 있지만 내 성격상 이런 관계일 때 나는 없어진다. 그들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하고 있는 순간 숨을 쉰다.


항상 이런 폭주때문에 난 지치곤 했다.


그런 에너지 고갈이 결국 우울증을 깊게 만든다. 이런 악의 연쇄 고리.


가장 큰 압박감은 일을 하면서 글을 쓸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모자른가, 결코 아니다.

그냥 쓸 수 없었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들을 몇 몇 읽었다.


그 와중에 꿈을 많이 꿨다.

그 강사가 나왔다. 며칠 전엔 그 강사는 아무 생각없이 했을지도 모르는 그 말이 이루어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는 계속 교착상태에 빠져있을거라는 말.

너는 네 작품을 못 쓸 거라는 말.


아버지에게 대충 이야기를 했더니 내 잘못이라고 했다. 그녀의 치명적 콤플렉스를 내가 건드린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상처가 깊은 사람들 중 일부는 그만큼 남을 공격한다.


이런 걸로 사람을 증오할 정도의 에너지도 없다.


그렇지만 이런 수렁에 빠진 , 악령에 휩싸인 상태에서도 나는 더 절실히 안다.


쓰는 것 이외에 구원은 없음을.


숨을 쉬는 것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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