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 때 가면 왜 그래...대체..
아프면 병원 가야지, 그렇지만........
난 현재 약 3주에서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간다. 의사와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하고 약을 아주 미세하게 조정하고 매일 한 번 먹는 약을 받아 온다. 그리고 게으르고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상을 살아간다. 힘든 날도 있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은 날도 있고 기분이 좋은 날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매일 몇 알의 알약을 먹고 사실상 심각한 수준의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뭐 굳이 그걸 일일이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고 우연히 말하게 되면 ‘정신병자’로 매도하진 않지만 작게 스크래치가 생길 일도 있고 오히려 반대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보면 평소에 사람들을 만날 때 나란 사람은 재밌고 활기찬 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또 동시게 사람들을 만나고 난 후 에너지를 다시 모아야 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을 보면 가까운 미래에 쓸 에너지를 미리 끌어다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신경정신과를 처음 간 때는 20대 후반, 27살 정도였을 거다. 그 전에도 대학에서는 ‘음울 소녀’라고 불리기도 했었기 때문에 우울함은 계속 유년기부터 나의 그림자였다.
27살의 취업이 계속 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잘 될 것 같지 않다는 심리적 벽이 높아진 무일푼의 언론고시 준비생은 심한 불안감과 건강염려증, 밤이 돼서 자야할 때 아침에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고 눈을 뜨면 살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의 오빠가 신경정신과에서 의사와 한 번 대화를 나누고 괜찮은 것 같다는 이야기에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아갔다.
직접 찾아가기 훨씬 전부터도 길거리에 보이는 신경정신과 간판을 자주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쳐다보긴 했다. 아마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에게 도와달라는 비명을 계속 지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곳의 문을 열기까지는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다. 요즘처럼 학교에 상담소가 있지도 않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라는 것이 크게 조명되지도 않았던 때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병원까지 가기에는 쉽게 용기를 내지 못 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의식조차 못하고 고난 속에 있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신경정신과에 대한 괴담도 한 몫 했다. 신경정신과에 가면 기록이 남아서 취업할 때 모든 병원기록을 조회하기 때문에 절대 사회에 발을 못 붙인다든지 정신과 약은 한 번 먹으면 중독이 돼서 멍해지고 잠이 많아져서 일상생활을 못하게 되고 살이 찐다든지. 아무래도 취업을 결코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에 발을 못 붙이고 금치산자가 되어 버릴 것 같다는 공포감이 제일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문을 열었던 건 상담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불안해서 책상에 10분도 제대로 앉아 있을 수 없고 책 한 줄을 차분히 읽을 수 없어 내가 머리가 심하게 잘 못 된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태라면 시험공부는 물론 취업도 할 수 없으니.
처음 신경정신과를 찾아간 이야기는 'C가 처음 신경정신과를 찾아간 ' 글에서 밝혔다.
그리고 그 후 약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급속도로 증세가 악화되어 또 다시 신경정신과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도 제대로 된 상담이나 약을 받을 수 없었다. 그 이야기는 매우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데 다음 기회에 좀 더 쓰도록 하겠다.
거기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자 나는 거의 잠을 잘 수 없었고 응급실에 가서야 잠을 잤다.수면제 3알을 받아왔지만 매우 힘들었고 그 때 다시 신경정신과를 찾아가려고 했지만 오히려 더 병자가 될 것 같단 두려움에 찾아가지 않았다. 그 후 2,3년 후 응급실에 실려갔고 정신병원에 1년 입원했다. 1년 후 다시 재발하여 다시 한번 한 달 입원했었다. 그 후엔 매일 약을 먹으며 대학원도 졸업하고 일상생활도 하면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를 건 없다. 하지만 그 사이 겪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이렇게까지 운이 좋지 않게 제대로 된 의사를 만날 수 없었던가. 아직까지도 가끔은 증상이 올라와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많은걸까. 힘이 들기도 하다.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글로 남기면 나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 혹은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던 사람들을 도와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나와 같이 약을 먹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제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조금은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아니다 그건 섣부른 생각인 것 같다.)
정신과 기록이 남으면 취업이 안 된다는 괴담이나 정신과 약 먹으면 뚱뚱해지고 중독된다는 이야기들이 거의 공포처럼 나에게도 인식되어 있었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주변에 배웠다하는 친구들도 이렇게 믿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근 10년 동안 연예인들의 공황증세에 대한 호소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등 여러 모로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 또한 일상 생활할 때 신뢰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증세나 약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다. 뭐 굳이 알릴 필요도 없을뿐더러 가끔은 한국 사회에서는 ‘감정이 풍부하다’는 사실 조차 사람의 단점으로 단죄하려고 하는데 그런 개인의 신변을 어떻게 곡해하여 몰아갈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가기가 참 힘들다. 원래 알고 있었지만 신경정신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F 코드가 뜬다. 그리고 보험가입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취업에도 제약이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불법으로 검색해본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체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요즘에도 환자에게 성격을 바꿔봐요, 그건 본인이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것 같지 않나요? 라고 말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니 도움을 얻으러 간 곳에서 더 상처받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상담을 병행한다면 좋을 텐데 상담료 또한 만만치 않다. 그리고 이렇게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방법을 잘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실행할 용기와 힘도 부족하다.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러나
병원에 가기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