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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Sep 14. 2020

'프로아나'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왜 나는 늘 먹고 나서 후회할까

대한민국 만20에서 만59세 성인 1,6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61.9%가 다이어트 경험이 있거나 현재 다이어트 중이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https://pro.tillionpanel.com) 이처럼 다이어트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이 되었죠. 여름철이 돌아오면 여기저기서 다이어트 얘기가 들려오고, 회사에서도 살과 다이어트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곤 합니다. 명절에도 다이어트는 항상 가족들 사이의 단골 주제에 해당하죠. “누가 살이 쪘다더라”, “누구는 살이 빠졌다더라”, “다이어트는 어떻게 했다더라” 등등 우리가 체중에 대한 별다른 인식이 없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은 우리의 몸을 보며 이러쿵저러쿵 평가를 늘어놓습니다. 이런 평가들이 쌓여 다이어트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사회적 압력이 되는 것이죠.


청소년의 경우 다이어트에 대한 기준이 훨씬 엄격합니다. 혹시 ‘프로아나’, ‘개말라’ 같은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프로아나’는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 nervosa’의 줄임말로 거식증을 옹호하고, 이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쓰기 시작한 용어입니다. ‘개말라’는 엄청나게 마른 체형을 뜻합니다. 뼈가 보일 정도의 ‘개말라 인간’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함께 조이자’라는 말을 쓰면서 먹고 토하거나,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들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죠. 이렇게 우리는 남녀노소 모두가 다이어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다이어트 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별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를 창출해 내기 위해 어떤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를 엎어놓고 “이런 걸 만든 사람들이 잘못됐다”라고 비난할 순 없겠죠. 하지만, 저는 유럽에서 너무 마른 몸의 모델을 퇴출했던 것처럼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의 경우 미디어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기준들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판단할 만한 능력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미디어와 SNS에서 와르르 이미지가 생성되면, 청소년들은 소속감을 얻기 위해 이를 자연스럽게 따라 하려는 모습을 보이죠. 그러다 보면, ‘프로아나’, ‘개말라’를 찬양하는 경악스러운 모습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저는 이를 단순히 “왜 저러냐. 요새 애들은 참 이상하다.”라고 아이들의 탓을 하기보다는, 어른들이 어느 정도의 선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거나 폭식하고 토하는 등의 방법들은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어서까지 몸과 마음에 후유증으로 남기 때문이죠. 청소년기부터 이어져 성인이 되어서까지 섭식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도 많고요. 저는 저를 비롯해 섭식장애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분들을 많이 보다 보니 ‘프로아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네요.


<또, 먹어버렸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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