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식이장애
명절이나 회식, 여행지에서 기름지고 짭조름한 음식을 끊임없이 먹고는 체중계 위에서 후회하며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1년에 몇 번 회포를 푸는 자리라면 문제 될 것 없어요. 그러나 계속 음식을 밀어 넣어 소화불량, 만성피로, 고혈압 등 신체적 문제가 발생하고 음식에 점차 ‘집착’하게 된다면 ‘중독’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식 중독이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텐데요. 많은 연구에서 음식 중독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어요. 최근 the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에서 초콜릿 밀크쉐이크가 코카인만큼이나 뇌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어요. 당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뇌가 단순히 음식을 갈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음식 없이는 안되는 상태로 만든다는 거죠. 그게 중독이니까요.
그렇다면 당신이 단순히 무언가를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것인지 음식에 중독되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래의 증상들이 자신 혹은 주변 사람에게 나타나고 있다면 음식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어요.
첫째,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고 싶다.
밥을 먹으면서 디저트로 뭘 먹을지 생각하고, 이미 치킨을 뜯으면서도 먹방을 보면 또 군침이 도나요? 우리는 ‘배고픔’이 아니라 ‘갈망’ 때문에 먹기도 한답니다. 이런 갈망을 모두 음식 중독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하지만 먹어도 먹어도 계속 먹고 싶고 욕구를 참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먹는다.
‘라면 한 젓가락만 먹어야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국물에 밥까지 말아 탈탈 털어 먹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나요? 아예 안 먹거나 끝장을 보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사고는 알코올 의존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셋째, 배가 터질 듯한 느낌이 들 때까지 먹는다.
어느 정도 포만감이 들 때는 수저를 놓지 못하고 토하기 직전까지 음식을 밀어 넣는다면, 이는 주의해야 할 폭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과식과 폭식은 ‘내가 먹는 것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구별한답니다.
넷째, 자꾸 실패할 만한 규칙들을 세운다.
‘저녁 6시 이후로는 금식’, ‘과자, 빵, 초콜릿은 입에도 대지 않기’와 같이 누가 해도 실패할 것 같은 규칙을 계속해서 세우고 있진 않나요?
다섯째,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엄격한 규칙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불러옵니다. 한동안은 참더라도 식욕을 이기지는 못하죠. 욕구에 굴복해버린 내 의지를 탓하며 자책하고 또다시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무한 굴레에 빠져 있진 않나요?
여섯째,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서 먹는다.
규칙을 세우고 나면 그 규칙에 벗어나는 예외를 찾아서 먹기 시작합니다.
‘내일부터 다이어트할 거니까 오늘은 몰아서 먹어야지.’
‘다이어트도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오늘같이 꿀꿀한 날에는 기름진 치킨에 맥주를 딱 먹어줘야지. 딱 오늘만!’
‘이 빵은 내가 산 게 아니고 동료가 먹으라고 준 거니까 어쩔 수 없이 먹어야겠다.’
일곱째, 남들 몰래 숨어서 먹는다.
절식과 폭식이 반복되면 먹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창피해집니다. 몰래 차에서 먹기도 하고, 가족들이 자는 사이에 부엌으로 숨어 들어가 음식을 챙겨오기도 하고, 서랍에 빵이나 과자를 숨겨놓고 먹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폭식’을 하는 분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