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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Oct 19. 2020

친구, 가족, 연인이 섭식장애를 겪고 있다면

굿바이 섭식장애


친구와 가족과 같이 주변 사람들이 섭식장애를 겪는 경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합니다.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 같은 건 어떻게 하면 생기게 될까요? 굉장히 심각한 상태이지만 마음의 문이 닫힐까 쉽게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



섭식장애를 겪는 분들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쉽사리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이렇게 주변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이해하려고 적극적으로 질문해 주시는 건.. 그 자체로 감동ㅠㅠ.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연인/가족에게 많은 힘이 될 거예요.


© aaronburden, 출처 Unsplash

첫째, 걱정하는 마음 전하기

내 친구나 가족, 연인이 섭식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만큼 걱정되는 일도 없겠죠?..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고, 내가 아는 한 힘을 주고 싶을 거예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괜히 나서서 얘기를 하면 저 사람이 아예 치료를 거부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들 거예요. 그러나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강요가 아닌 걱정하는 마음이라면, 그것도 내가 정말 아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준다면 그 자체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따라서 "너 병원 가" 혹은 "치료 받아야지!"라는 말보다는 "네가 정말 걱정된다"라고 마음을 전해주세요. 계속해서 마음을 전하고, 기다려주고, 설득한다면 언젠가는 분명 상대방도 마음을 열거예요. 


둘째, 섭식장애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현해 주기

그러나 걱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중요한 것이 있어요. "더 먹어라", "너 이제 살 좀 쪘다", "살이 더 빠졌네" 같은 말들은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께는 더 부담이 되고,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거예요. 실은 자신도 거식증/폭식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벗어나고 싶지만 스스로도 잘 제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까지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얘기하는 건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뿐이죠. (물론.. 하도 말라 보이거나, 너무 제어가 안되게 많이 먹거나,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언급을 하는 건 알지만.. 그리고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말이 제일 먼저 나오는 것도 이해하지만...,)

"요새 제일 고민되는 게 뭐야?", "요새 기분은 좀 어때?", "밖에서 먹는 게 좀 힘들지는 않니?"하고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고, 어떤 마음이 드는지를 조금 더 궁금해하고 걱정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상대방도 분명 더 편하게 자신의 마음을 얘기할 수 있을 거예요.

   

셋째, 섭식장애에 대해 이해하기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분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상담에 오면 저는 가장 먼저 섭식장애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곤 한답니다.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도 섭식장애가 보이는 여러 가지 증상(구토, 폭식, 눈에 띄는 체중 변화 등)에만 사로잡혀 있기가 쉬워요. 하지만, 섭식장애의 경우 이면의 심리적인 과정(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학대해 가면서 하는지, 왜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먹는지)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그렇기에 본인도 모를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주변 사람들이 함께 알아보고, 공부도 하고,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그래서 이렇게 해보자고 방향까지 알려준다면..? 그보다 든든한 건 없을 거예요!


넷째, 섭식장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 소개해 주기

섭식장애를 겪는 많은 분들은 남들에게 내 얘기를 했을 때 나를 제대로 이해해 주지 못할 거라는 불신?이 있어요. 이는 음식 하나 어찌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이고, 남들은 잘만 다이어트하는 데 나만 이러고 있다는 생각에 창피하고, 죄책감이 느껴지는 데에서 비롯되죠. '나도 내가 이상한데, 누가 나를 이해해주겠어..?' 

이런 많은 걱정들로 인해 상담을 선뜻 받으러 오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그래서 단순히 "정신과를 가보자, 심리상담 센터에 가보자."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 선생님은 섭식장애 치료를 전문으로 하신대. 그래서 너에 대해 좀 더 이해를 잘 해주실 수 있을 거야."라고 해주면 좋을 거예요. 저의 경우에는 상담을 받기 전에 불안해하시는 분들께 안심을 시켜드리기 위해 "저도 섭식장애를 6년 정도 겪어 봤어요.."라고 미리 얘기하기도 한답니다. 제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걱정을 했을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너무 심각해서 당장 개입이 시급해 보이는 경우는.. (참 저도 생각이 많아지네요.) 너무 몸이 말라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보이거나, 술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에는 입원을 요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꼭 개입이 필요한데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서라도.. 진짜 빌어서라도ㅠㅠ.. 아니면 내가 책임을 다 지겠다고 얘기를 해서라도 치료를 받도록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섭식장애는 심할 경우 신체적으로도 정말 많이 위험한 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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