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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Oct 30. 2020

운동을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굿바이 섭식장애

섭식장애 상담을 하면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였어요. 무리한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해오다 섭식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이면 더욱 운동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기도 하죠. 내가 하루에 정해놓은 만큼의 운동을 안 하면 죄책감을 느끼기 일쑤였고, 무릎 관절과 근육들이 제발 그만하라는 비명은 무시한 채 달려온 날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니까요.


© bruno_nascimento, 출처 Unsplash

이제는 조금 몸이 회복이 되어서 몸도 찌뿌둥하고,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싶은데 운동을 다시 시작하자니 무섭고, 다시 강박이 심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들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운동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권할 만큼 필수적이고, 장점이 무궁무진하죠. 그중에서 섭식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분들에게 운동이 주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폭식을 경험하고 혹은 경험했다면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실 거예요.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 → 음식)이라는 연결고리가 더 단단해지죠. 외로워도, 슬퍼도 심지어 아파도 음식이 생각나요. 이런 폭식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내가 언제 폭식하는지를 알 것 2) 그리고 폭식 욕구가 들 때 여러 가지 대안 행동들을 찾는 것인데요. 여기서 적절한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대안 행동이 될 수 있어요.


비슷한 맥락에서 스트레칭과 요가 동작들은 불안감을 감소시켜주고, 몸을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할 때, 갑자기 너무 큰 불안감에 휩싸일 때,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크게 심호흡을 하고, 명상을 하고, 목욕을 하고, 따듯한 차를 마시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죠.


또한 적절한 양의 운동은 몸의 균형을 바로 세워주고, 몸과 마음에 활력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우리를 스트레스에 덜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줄 수 있죠. 이건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스트레스에 특히 취약한 섭식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도움이 될 수 있겠죠.


© EliasSch, 출처 Pixabay


그러나, 제가 계속해서 강조했듯 이건 어디까지나 '적절한' 수준의 운동에 해당되는 순기능들이에요. 운동을 강렬하게 할 때의 쾌감을 맛보기도 했고, 운동을 하면 내 몸이 달라지고 날씬해지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어. 다이어트 해볼까? 이 정도로 해보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라는 욕심이 당연히 생겨요.


그래서 식사가 아직 너무 불안정하거나, 체중이 정상 범위로 회복되지 않았거나, 무리한 운동을 오래 지속해왔거나, 아직 치료의 초기 단계라면 상태에 따라 당분간은 운동을 금지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아무리 내가 조절하려고 해도 안 될 때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또한 운동을 안 하셨던 분들의 경우에도 정상식을 하게 되면 몸무게가 증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건 결국 몰두의 대상이 음식에서 운동으로 대체되는 것일 뿐 적절한 치료라고는 볼 수 없어요.


© MabelAmber, 출처 Pixabay



그렇다면 섭식장애를 회복하는 중인 당신을 위한 적절한 운동 방향은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운동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했는데, 폭식이 터지고 에라 모르겠다 다 포기해 버리니까 운동을 하는 거 자체가 너무 귀찮더라고요. 전 별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나 봐요. - A님
운동을 강박적으로 할 때는 운동은 의무이고, 죄책감의 대상이었는데 이제 살에 대한 강박에서 조금 벗어나고 보니 운동하는 그 자체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또, 나를 위해준다는 생각도 들고요. -B님


똑같이 운동을 하더라도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 나에게 좋고,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여기면 마음이 편하고, 가벼워지죠. 내가 언제든 선택할 수 있고, 하기 싫다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요.


또한,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것저것 해본 후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한다면 그것만큼 활력이 되는 것도 없겠죠.


그러나, 이제 막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면 예전에 했던 무리한 운동을 지속하기보다는 기분 전환을 위해 강가나 공원으로 나가 가볍게 걷고, 굳어진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스트레칭 정도로 시작해 보는 것이 좋아요. 내 마음과 몸을 느껴가면서 천천히. 


혼자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겁이 난다면 전문가 혹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서 상의를 한 후 천천히 늘려나가는 것이 좋아요. 또한, 언제든 욕심이 날 수 있어요. 그러면 '내가 또다시 무리하게 운동을 하려고 하는구나, 남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추려 하는구나.' 솔직한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회복의 길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좋아요.


글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운동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길 바랄게요. 운동이든 음식이든 방향만 잘 잡는다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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