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아 Oct 22. 2020

많이 안 먹은 것 같은데 살이 쪄요

왜 나는 늘 먹고 나서 후회할까

여러분은 무엇을 얼마만큼 먹는지를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음식의 심리학>의 저자 멜라니 뮐은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특정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사 먹는 데에는 심리적, 사회적 요소와 큰 관계가 있다.”라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어떤 환경에 놓였는지에 따라 먹는 양이 얼마든지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죠. 
코넬 대학교의 음식과 브랜드 연구소에서는 사람들이 ‘빈 접시’를 ‘포만감의 신호’로 여기는지에 따라 먹는 양이 얼마큼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음식의 심리학> 96쪽)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똑같은 접시에 담긴 토마토 수프를 제공했습니다. 그중 조작된 접시에는 호스와 펌프를 이용해서 토마토 수프를 계속해서 채워 넣었고, 참가자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로 배가 부를 때까지 수프를 먹었죠. 그러자 ‘빈 접시’를 ‘자신이 배가 부르다는 신호’라고 여기던 사람들은 접시가 조작되지 않았던 옆 사람들보다 평균 73%를 더 먹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사람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한 자리에서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으면 여러분이 인식하지 못한 채로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답니다. 사람들과 같이 먹다 보면 함께 먹은 접시가 비워지는 것을 ‘나의 포만감의 척도’로 삼아 먹게 됩니다. 별로 많이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잦은 회식과 약속 자리가 반복되다 보면 옷이 점점 끼게 되는 이유랍니다. 또, 텔레비전이나 영상을 보면서 식사를 하면 눈과 귀는 화면에 집중한 채로 먹고 싶었던 음식을 계속 집어옵니다.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팔려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먹더라도 ‘어. 좀 배부르네.’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이죠.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우리의 식사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송화는 항상 음식을 급하게 집어 먹습니다.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는 마냥 음식만 보면 허겁지겁 먹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죠. 송화는 그럴 때마다 “내가 오빠가 셋이라….”라고 얘기합니다. 어릴 적에 오빠 셋을 제치고 맛있는 음식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항상 전투적으로 식사를 해야 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식사 속도가 빨라진 것이죠. 실제로 음식을 급하게 먹는 사람과 앉아 있으면 더 빨리 먹게 된다고 하네요. 


또, 같은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같은 메뉴를 주문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이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카멜레온 효과’로 설명이 가능하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과 먹을수록 더 많이 먹게 된다고 하며 심지어는 웨이터의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손님들이 음식을 더 많이 시킨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합니다. 상대방을 ‘사회적 기준’으로 삼기에 먹는 양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죠.(<음식의 심리학> 190~193쪽) 앞으로 여러분이 먹을 때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여러분의 상태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음식과 양이 달라진답니다. 저는 상담을 하면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왜 엄청 피곤하고 힘든데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더 찌는 거죠?” 직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는 시험이나 일 때문에 바쁘고 힘들면 머리도 더 많이 쓰고, 잠도 못 자고 움직이느라 열량이 훨씬 많이 소모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러나 우리의 몸은 우리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답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를 느끼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식욕은 더욱 왕성해지고, 복부에 지방을 쌓이게 만드는 대사로 바뀌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휴식이 부족하면 세로토닌이 안정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원하게 됩니다.(<그래서 여자는 아프다> 82쪽) 저도 피곤하고 힘들 때면 오히려 바로 잠드는 것이 아니라 꼭 과자나 빵, 라면 같은 자극적이고 기름진 무언가를 더 먹게 되더라니…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네요. 여러분, 다이어트의 적은 게으름이 아니라 ‘피로’와 ‘수면 부족’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특정 음식을 원하는 데에는 타고난 기질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불닭볶음면의 열풍 가시자 마라탕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날 정도로 사람들은 매운맛을 선호합니다. 저도 매운 라면에 청양고추를 넣어서 먹기도 하고, 와사비 콩을 간식으로 먹고, 스트레스를 불닭볶음면으로 푸는 등 매운 음식을 사랑했습니다. 물론, 위장이 자꾸 쓰린 바람에 요새는 맵찔이가 되고 말았지만요, 흑. 


매운 음식은 단맛, 신맛, 짠맛 등 맛의 일종이 아니라 아픈 감각인 통각에 해당합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폴 로진과 데보라 실러의 연구에 따르면 매운 것을 잘 먹는 미국 대학생들은 과속운전, 낙하산, 다이빙처럼 모험적이고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는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음식의 심리학> 12~17쪽
 즉,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변화와 강렬한 기분을 쫓는 감각 추구자(Sensation Seeker)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냐고요? 아니요. 어차피 많이 알아도 통제할 수 없으니 여러분 눈앞에 있는 음식을 맛있고, 즐겁게 드셔주세요. 가장 확실한 사실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거니까요!  


<또, 먹어버렸습니다>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와 싸우고 나면 꼭 폭식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