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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Nov 02. 2020

당신의 다이어트가 필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왜 나는 늘 먹고 나서 후회할까

저는 섭식장애를 주제로 상담을 하면서 꽤 신기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절식과 폭식을 반복하느라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정말, 매우 우울합니다. 불안하고 위축되어 보일 뿐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는 것조차 힘이 들 때도 있죠. 그러다 상담을 거듭할수록 식사가 안정되고, 적정 수준 이상으로 먹게 되면 신기하리만치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이 사람이 정말 내가 전에 봤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을 더 또렷하게 하고, 상호작용이 훨씬 원활해지고, 기분이 안정적이고 에너지도 있어 보입니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굳게 다이어트를 결심합니다. 그다음 장면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묘사될까요?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해진 주인공은 조그만 일에도 예민해져서 화를 냅니다. 그 조그만 일이란 예를 들면, 누가 길을 지나가는데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든가, 일 때문에 점심시간이 5분 정도 늦어졌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전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들이었죠. 급격히 기력이 없어지거나 우울하고, 멍한 모습도 보일 겁니다. 저는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내가 제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유인즉슨 그 이후부터 온갖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이 빠지지 않았냐고 되묻고, 감정이 널뛰는 아내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죠.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며 우리의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우리의 식사와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세로토닌의 약 95%는 장에서 만들어지며, 뇌를 제외하고 세로토닌이 발견된 곳은 장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 장내 환경이 우울, 불안, 자폐증 증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무엇을 얼마큼 먹는지가 인간의 기분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죠.


반대로, 세로토닌의 불균형은 ‘입맛을 떨어트려’ 먹는 양을 급격히 줄이게 하거나, ‘무언가에 홀린 듯’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진단하는 항목에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눈에 띄게 줄거나 늘었다.’, ‘나는 요즘 너무 많이 먹거나 혹은 너무 적게 먹는다.’라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체중 감량을 결심하고 나면 불행해지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다이어트와 음식 관련 정보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열량과 영양성분은 당연히 따져야 하고, 살을 빼는 데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가려야 하며, 언제 먹어야 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하죠. 이런 지식이 많아질수록 여러분의 식사 시간은 점점 고통스러워집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먹었던 과자의 칼로리가 둥둥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치킨의 튀김옷이 공포스럽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여러분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가 점점 불편해진다는 것입니다. 먹을 것에 대한 제약이 많아지면서 식사 약속을 점차 피하게 되고, 사회적인 활동에도 제한이 많아집니다. 프랑스의 브리야사바랭은 1825년 <맛의 생리학>이라는 책에서 “아주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 부부관계의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라고 얘기합니다. 이는 부부를 포함한 가족, 여러분이 맺고 있는 모든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겠죠. 여러분은 식사를 거부함으로써 ‘행복을 함께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이는 여러분을 외롭고, 고립되게 만들죠.


여러분이 다이어트만 시작하면 왜 그리도 우울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삶의 질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지 이제 이해가 되나요? 저는 여전히 방송에서 ‘탄수화물을 아예 먹지 않고 2주 만에 6, 7kg을 감량했다’라며 ‘대단하다. 이건 의지력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을 보곤 합니다. 물론, 보이는 것이 중요한 직업을 가진 연예인들에게는 체중 감량이 일의 연장선일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에게는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또, 먹어버렸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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