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s Zone? No '진상' Zone!
No Kids Zone(노키즈존)은 어른들의 망작
- No Kids Zone? No '진상' Zone!
(사진 출처: 트위터 gytls)
필자는 미혼이다. 슬하에 낳은 자식도 역시 없으며, 촌수 가까운 조카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학생 때는 키즈카페에서 아이 돌보미 선생님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으며, 아이들의 미소와 눈망울을 사랑한다. 소아청소년암센터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아픔, 밝음, 슬픔, 즐거움, 순수함 등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보고 들었다.
나와 아이(Kid)와의 연관성을 나열해보았다. 이 정도의 연관성이면 집에 유모차와 기저귀가 없어도 노키즈존을 논해도 될까? 왜 갑자기 자격을 운운하냐고? 네가 뭔데(=아이도, 아이에 대한 경험도 없으면서) 노키즈존에 대해 논하느냐고 핏대를 세우는 싸움홀릭들에게 보란 듯 내미는 답변이자, 모두가 논할 수 있는 주제라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얼마 전에는 <영재발굴단>에 나왔다는 한 아이의 동생 생일날 겪었던 노키즈존 관련 일상과 생각을 적은 일기가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지금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노키즈존 가게들을 조사해서 모아둔 '노키즈존 지도' SNS 계정까지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이는 현 사회에서의 뜨거운 감자다. 노키즈존이란,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출처: 지식백과>시사상식사전)을 말한다. 한 마을에 모여 사는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똥기저귀 갈아주던 시절과 달리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나'를 더 우선순위의 가치로 두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노키즈존은 자연히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대립 이슈라고 생각한다.
업주가 노키즈존을 내세우게 되는 주요 이유는 통제와 조절이 서툰 '아이'들 자체에서 발생하는 시끄러움 및 사고도 있지만, 그들과 동행하는 소수 어른들의 진상 행동들 때문이라고 본다.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키즈카페의 아이 돌보미 선생님 아르바이트를 한 때 했었다. 키즈카페야 말로 노키즈존을 절대 세울 수 없는 데다가 주 고객층인 부모님들의 입김에 섬세하게 대처해야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업종이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동안 종종(이라 쓰고 자주라고 읽는) 마주하게 되는 '진상' 손님들의 행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수유실과 기저귀교환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밥 메뉴가 서빙되는 테이블에 당당하게 버려지는 똥기저귀. 비매품이라고 친절히 안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애가 갖고 싶다고 하지 않냐며 구매를 강제로 진행하거나(이는 양반), 주인 눈 몰래 가방에 넣어가는 도둑 부모. 맵기나 뜨거움의 정도 조절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먹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요구하여 급조로 탄생하는 메뉴판에 없는 음식.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 아이가 파손한 물건의 보상을 논할 때, '아~니~ 애가~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소리를 지르는 샤우팅. 기타 등등. 업종이 키즈카페여서 이런 진상 손님들에게도 큰 소리 나지 않게 쉬쉬하며 조용히 일을 처리하던 사장님이 떠오른다. 위 사례들을 그대로 카페나 일반 음식점으로 옮긴다면, 업주가 노키즈존을 운영방침으로 세우는 것도 절대 무리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분야를 막론하고 편을 가르고 싸우려고만 드는 일명 '으르렁 사회'다. 역시나 '어라, 노키즈존이야? 어디 한 번 망해봐라'라는 심보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편과 '내 가게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편이 존재한다. 그러나 필자가 겪었던 키즈카페의 진상 손님들의 에피소드들만 봐도 단어 그대로의 아이의 출입을 막는 no KIDS zone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no 진상 zone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진상존은 얼마든지 세분화될 수 있다. 노비매너부모존, 노쩍벌존, 노오지라퍼존, 노꼰대존 ...........
이번 관찰 습관에서는 노키즈존에 대한 입장 차이가 다양한 와중에 이를 현명히 다루는 좋은 예들을 발견하여 아카이브하여 보았다. 다시 한번 강조해보자면, 노키즈존은 아이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노진상존, 노비매너존을 의미한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보자. 영화 <킹스맨>에서도 신사 콜린 퍼스가 비매너 양아치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갈기기 전에 분명 경고했다.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