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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kim Jun 05. 2019

이케아 머그컵 같은 사람

이 되고 싶어요.

이케아 머그컵 같은 사람

- 이 되고 싶어요.



최근에 새로운 좌우명으로 업데이트했다. 앞으로 이케아 머그컵 같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오늘의 관찰일기는 바로 이케아의 머그컵이다  


일반적으로 머그컵 바닥은 살짝 안 쪽이 오목하게 들어가 빈 공간이 생긴다. 손으로 설거지를 하거나,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나서 기분 좋게 엎어두면 물이 고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엎어두었으니까 물이 다 말랐겠거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머그컵을 들었다가, 고인 물이 흘러 팔을 따라 소매가 젖거나 발등까지 젖어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케아 머그컵은 이곳에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5개 정도의 홈이 파져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좋은사람남자-일상블로그


사진출처: 네이버 i'attente 블로그


처음에 5개의 홈을 보았을 땐, 대칭된 모습에 단순한 장식으로 여기고 넘겼다. 이후 1개짜리 비대칭 홈도 보았고 이내 홈의 '존재의 이유'가 궁금해져 알아보니, 설거지 후 고이는 물을 흘려 내보내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소하면서도 엄청난 발견. 설거지를 하는 중간도 아니고, 하고 나서 고이게 되는 하찮은 약간의 물을 해결하기 위한 참견이라니. "당신네 회사의 머그컵을 씻고 나면, 항상 물이 고여서 다음번에 쓸 때마다 옷이 젖습니다. 불편하니까 못 쓰겠어요. 환불해주세요!"라고 불평을 외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두들 당연하게 여기는 불편함 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에 감동받았다. 그러나 그 자세에 많은 공수가 들지 않는다. 그저 작은 홈 몇 개.


이케아 머그컵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나와 함께 일하고, 말하고, 웃고, 떠들고, 교류하는 모든 이들이 눈치 조차 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센스인간이 되리라.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더라도 불편감을 주는 존재는 제거하였을 때의 편안함도 꽤나 드라마틱하다. 이어폰 줄을 없애버리는 에어팟을 처음 경험했을 때의 신세계처럼. 싸다고 이케아 무시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존재만으로도 배려가 되는 UX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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