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비가 내리고 있던 봄날.
하필 여우비가 내려서 그랬는지, 유독 따뜻했던 날이어서 그랬는지, 너의 고백 때문에 그런 건지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봄내음이 가득했던 그때의 공기
새침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의 눈동자
안절부절, 어디에 손을 두어야 할지 몰라하던 너의 부끄러움
입술색과 비슷해지고 있는 너의 양쪽 볼
내 귀에도 들려오는 너의 심장소리
그러나 차마 전하지 못한 나의 진심
결국 나는 너의 질문에 입을 열지 못했다.
너무 눈부셔서 그래서 겁이 났다.
나의 진심을 너에게 전하는 순간
지금의 여우비처럼 잠시 끝날까 봐
장마 같이 오래 보고 싶었다.
사랑을 몰랐던 시절
조심스레 서로가 쌓아 올린 감정의 균형은 무너졌고
나는 그게 사랑의 끝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아, 그래서 잊지 못한 나의 봄날은
끝내 사랑이 아닌, 후회로 남겨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