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18분.
나는 매일 똑같은 시간 집을 나선다.
지하철 승강장에 열차가 들어오면 제일 귀퉁이 자리에 앉아 EBS 라디오 앱을 켜고는 영어방송을 듣는다. 무의식 중에도 손가락은 늘 그 시간 정확히 그 위치로 향해있다.
방송이 끝나면 음악 앱으로 전환하고 SNS를 훑다보다 보면 이어폰 넘어 환승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그렇게 지하철을 갈아타고는 미리 모아둔 정해진 앱들을 순서대로 돌며 출석체크를 찍는다. 한 푼 두 푼 줍줍, 어느새 여의도역 도착! 높이 솟은 빌딩숲을 지나 사무실이다.
내 사전에 지각이란 없다.
워치나 지하철 앱 따위의 도움은 없어도 된다.
정보가 아닌 반복되는 패턴에 의해 돌아가는 일상의 결과일 뿐.
온종일 Figma를 붙들고 사는 요즘,
화면을 기획하다 보면 혼자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 여기 너무 빈 느낌인데, 뭐 하나 더 넣을까?'
'이 기능은 있어야 해. 타사엔 다 있으니까!'
'이건 사용자가 헷갈릴 수 있으니까 툴팁으로 안내를 넣어야겠다.'
훗, 그럴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말들을 쌓다 보면,
정보를 주는 이유가 사용자보다 기획자인 내 마음이 편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사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고객입장에서 이런 건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피로감만 더할 게다. 그렇지, 사실 나도 매일 출석체크 겸 각종 포인트 앱을 돌리고 광고를 보지만 어느 순간부터 꽤나 피로해졌다.
이미 출석했는데 또 출석하라고 뜨는 알림,
나의 관심과 전혀 무관한 광고 푸시,
사용자 통제를 벗어난 무례한 정보들.
이것들로 인해 업무 중 집중이 깨지는 순간은 갑자기 짜증이 확 올라오더라.
정말 정보는 많이 줄 수록 친절한 걸까?
오히려 과잉된 정보는 신뢰를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예상 가능한 리듬과 정숙한 흐름에서 더 깊은 안정감을 느낀다.
지하철이 몇 분 뒤에 오는지 몰라도 괜찮다.
다만 오늘도 어제처럼 움직일 거라는 감각만 있으면 된다. 이건 앱이 주는 정보가 아닌 패턴이 주는 확신이다.
앱도 마찬가지다.
좋은 서비스는 사용자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다.
정보보다 먼저 고려되어야 할 건 흐름이오,
기능보다 먼저 설계되어야 할 건 정숙함이다.
가끔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이 알림은 사용자를 위한 걸까? 아니면 그냥 진짜 내가 불안해서 설계하는 걸까?‘
예측 가능한 사용자에게 예측 과잉 서비스는 필요하지 않다.
좋은 서비스는 예측이 필요 없는 신뢰로 설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