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모두 내다 판 건 내 탓인가요?

by 공대오빠

시각 우선순위 부재와 집중 흐름 실패




일상 관찰: 단 50만 원만 팔려고 했을 뿐인데;;


며칠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미친듯 올랐다.

그냥 다음 달 카드값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번달 생활비 정도만 추가로 넣어 본다. 그런데 다음날 알림이 연신 온다. 급락중!!


불안했다. 이대로면 이번 달 생활비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에 회의 도중 몰래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업비트 앱을 열고 바쁘게 매도 창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그 순간이었다. 하필이면 본부장님이 옆에 계신 터라 그의 눈치를 보며 다급히 입력한 건 금액 단위가 아닌 코인 수량창이 있던 게다. 그런 것도 모르고 대충 매도하기 버튼을 눌러버린 것이다.


단 50만 원어치만 팔려고 했을 뿐인데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내 비트코인은 모두 사라졌다.


앱은 정확하게 정보도 표시했었고, 버튼도 명확히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나는 숫자를 읽고 있는 게 아닌 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전량 매수를 했고, 아까운 수수료며 그간 얻을 수 있던 수익을 홀랑 날린 게 아까워 그날 이후 한동안 속앓이를 했다. ‘왜 그때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을까’를 곱씹었고 원화가 아닌 수량 단위 선택 화면이 먼저 앞으로 나오도록 설계된 화면을 욕하며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렸다.


화면은 모든 정보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사용자의 집중은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기획자의 시선: 안내는 있었지만 확신은 없다.


얼마 전 내가 만든 MDM(Mobile Device Management) 앱의 iOS 등록 절차를 개편하면서도 비슷한 문제를 마주했다. iOS는 시스템 보안상 기기 제어를 위한 ‘프로파일’을 직접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흐름은 매우 낯설다.
사용자가 직접 설정 앱을 켜서 '프로파일 다운로드됨’을 찾아 눌러야 하고, 거기서 다시 설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안드로이드처럼 한 번의 동의로 끝나지 않는다.


초기 기획되어있는 버전의 화면을 보니 회색 배경에앱을 다시 여는 엉뚱한 버튼만 덩그러니 들어있다.

나도 처음에 접하고는 그랬듯, 일반 사용자라면 '그래서 지금 뭐 하라는 거지?” 하고 벙찔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래서 나는 이 과정을 리디자인했다.
직접 설정 앱의 실제 화면을 캡처하여 이미지 카드로 넣었다. 어떤 아이콘을 눌러야 하는지, 무엇이 설치된 상태인지 시각적으로 강조했고, 사용자가 ‘아, 여기구나’ 하고 바로 따라올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기획자는 종종 이런 상황을 마주친다.


정보는 있지만 순서가 없다. 흐름은 있지만 확신이 없다. 그러면 사용자는 멈춘다.




작은 통찰: 흐름의 끝은 기능이 아닌 안심


비트코인을 전량 매도한 그날,
그리고 프로파일 설치 화면에서 사용자가 멈춰버리는 순간.
이 두 장면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UI는 모든 정보를 보여줬지만 사용자는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


디지털 흐름의 끝은 기능이 아닌 확신이어야 한다.


기획자는 UI에 모든 걸 담기보다 집중의 구조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 특히 지금 내가 리뉴얼하고 있는 이 인증/보안 기반의 솔루션은 기능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처음 만나는 사용자에게 ‘괜찮아, 맞게 하고 있어요!‘ 라고 속삭이듯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메시지들도 부드럽게 다듬었고 중요한 정보는 이미지화했으며 애매한 단계는 분리해서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했다.


좋은 화면은 많은 걸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말만 한다.
그건 단순히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획자가 사용자에게 건네는 작은 신뢰의 언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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