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중간고사가 성적처리까지 다 끝나고 성적표까지 나갔다. 대사 하나를 치루었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신경 쓰이고 민감한 것은 학생들의 성적처리다. 공정해야 하고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감독도 그래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부정 행위자가 적발되면 감독교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난처하다. 그 과목이 0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시험 시작 전부터 주의를 주고 감독을 철저하게 한다.
작년 1학기 중간고사 때, 1학년 교실에서 앞에 제출한 가방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그 학생은 해당 교시 과목에 0점을 받았다. 핸드폰은 반드시 전원을 꺼야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린 나이에 너무나 충격을 받는다.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철저하게 안내하고 주의를 주지만, 신경을 딴 데 쓰다 보면 깜박 실수하기도 한다.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올해는 새로운 사안이 발생했다. 감독교사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여, 다른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답안지를 거둬오는 사이 어떤 친구가 수정 펜으로 지우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아마 순간에 일어난 일일 것이다. 종이 치면 모두 손을 머리에 하고 있어야 하는데 해당 학생은 1번에 답이 두 개 표시된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하나를 지웠다가 다른 친구 눈에 띄었다. 그 친구는 가만있지 않았다.
성적관리위원회가 열렸다. 해당 학생의 시험지에는 정답이 표시되어 있고 답지에는 정답이 아닌 다른 하나가 수정 펜으로 지워져 있었다. 시험지에는 모든 문제를 열심히 푼 흔적이 있었다. 이 사안은 0점으로 처리되었다. 어쨌든 종이 친 후에 지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두었으면 하나만 틀리고 말았을 것을 1학년이라 엄중함을 몰랐다. 그 아이는 교감실에서 소리 높여 울었다. 설명을 듣고 한참 만에 나갔지만, 복도를 지나가면서 더 크게 울었다.
공정해야 한다. 반드시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마음 한 귀퉁이가 허전하다. 목에서 씁쓸함이 올라온다. '공정'해야 하므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 살 수도 있는데 이렇게 살고 있어서 무력해진다. 무력감을 벗어나고 싶어 못 본척한다. 그래서 더 무기력해진다. 문득 아이들을 제대로 데리고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