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았다
"글을 모르는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무섭다."
(알랜 그린피스)
나의 '돈맹스러움'에 대해 비슷한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바라던 바였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은 언제나 살아갈 힘을 준다. 돈맹들의 연대에 손하트를 보내며,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주자는 선의의 책임감으로 더욱 열심히 돈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보도 섀퍼의 <머니 파워> 뒷 표지에 '부를 누리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면 돈을 마술처럼 끌어당길 비법을 알아야 한다'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자신의 책에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돈을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단 돈을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 점검을 먼저 하라는 주장이다. 그는 다른 책 <돈>에서도 책의 대부분을 돈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바로 잡는 데 할애한다.
즉, 돈에 대한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비법의 시작이다. 이것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발견하는데 몇 달이 걸렸다. 어떤 비법도 쉽지는 않다.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쉽지 않아서 비법인지도 모른다. '돈'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처음보다 말하기는 훨씬 수월해졌다. 그 과정에서, 마음 깊은 곳에, 아주 아주 깊은 곳에, 물귀신처럼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묵직한 불편함이 포착되었다.
그는 책에서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돈에 대한 감정에 다가가기'를 요구한다. 우리가 '돈을 벌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내적인 방해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돈에 대한 방어기제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돈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최종적으로 우리의 자산 규모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 속의 묵직한 불편함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하나하나 적어 보았다.
부자는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돈은 쫓아가면 달아난다
돈은 저절로 따라붙어야 한다
돈이 붙는 사람이 따로 있다
돈을 얻으면 다른 것을 잃는다
차라리 돈을 잃는 것이 젤 낫다
내 팔자에 돈은 없다
돈 복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나는 돈 복은 없다
와우! 스스로에게 저주를 걸고 있었네요. 내 속에 이런 생각이 숨어서 도사리고 있었다니. 이 감정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랜 시간 듣고, 배우고, 경험하면서 단단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내가 집을 팔면 집값이 오르고, 내가 환전을 해야 하면 환율이 뛰었던 경험도 한몫한 듯) 나는 평생 돈을 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려고 발버둥을 치며 살았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 연어는 산란이라는 목표라도 있었건만 나는 그저 노고만 컸다. 돈 없이 살 수 없었고, 돈을 열심히 벌면서 동시에 돈을 밀어내었으니, 그 이율배반성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자,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돈을 모을 수 있었겠으며, 또한 있겠는가. 돈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 '투자'라는 단어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마음으로 그건 '악'이라고까지 생각했다.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경매. 음! 내 사전에 없는 단어들이다. 도꼬마리인양 화들짝 놀라 떼내기에 바빴다.
보도 섀퍼의 제안은 일리가 있다. 지금껏 나온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당신의 생각이 우주를 움직인다'를 기본 전제로 각자의 이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그 믿음을 돈에 적용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이룰 수는 없다. 수고만 클 것이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숙제는 돈에 대한 감정, 생각, 관점을 바꾸는 것인데...
돈 공부를 하면서 가계부 쓰기를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신용카드도 해지하고 체크카드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더 이상 진척이 없다. 두 번째 비법은 '투자'라고 하는데, 불안한 마음에 어떻게 진도가 나가겠는가. 보도 섀퍼는 책에서, 이론을 내세우거나 자신의 사례를 들먹이며 반복적으로 달래고 격려한다. 매우 설득력이 있다. 설득은 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돈에 대한 부정적인 자기 암시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그는 '자신을 기록하기'를 제안한다. 그는 또 '돈은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내 마음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나 스스로 나의 성공을 방해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돈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도록 종용한다. 매일 자신의 생각의 변화를 기록하고 그 성취를 마음에 새기라고 덧붙인다. 새로운 생각으로 헌 생각을 몰아낸다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매일 이렇게 적어본다.
돈은 좋은 것이다
돈은 행복을 가져온다
나는 돈 복이 있다
돈이 좋은 이유도 써보고,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것도 적어본다. 돈으로 행복해지는 방법도 생각해 보고 돈 복이 있었던 경험도 떠올려 본다. (그런 경우도 있었더라고요) 돈은 가만히 있건만 사람의 마음이 밀어내기도 하고 끌어오기도 한다. 돈을 부정하면서 돈을 끌어들일 수는 없다.
부자 여부에 상관없이, 하루라도 자신을 저주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 필요는 없다. 요즘 나의 명상 화두는 '돈과 화해하기'다. 사실 둘이 싸웠을 때나 화해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밀어낸 경우에는 사과를 해야 하나. 돈아! 미안해, 우리 친하게 지내자.
돈 공부를 하면서 마음의 뿌리를 보았네요. '마술 같은 비법'도 그 안에 있었고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더니, 마음! 참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