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정성에 대하여
그런 방법은 없다.
돈과 관련된 책 어디에도 그런 법은 없었다. 혹시나 해서 이 책 저 책을 들여다보고 찾아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요즘 유튜브에 '한 달에 1억을 버는 법' 같은 것이 있는데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솔깃해서 말한다. "공부해서 나도 알려줘." 속내는 돈을 빨리 쉽게 버는 법을 발견하면 알려 달라는 것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돈 공부는 처음이라>(김종봉, 제갈현열저)에선 이렇게 쇄기를 박는다.
'핵심은 시간과 정성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 준비하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패하고 극복하고 배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한 정성이 필요하다. 정성은 돈을 들여서 실제로 해보고 분석하고 기록하고 배우는 시간을 말한다. 일확천금은 없다. 단타로 치고 벌고 빠지고 싶지만 그런 투자의 길은 없다. 돈이 그렇게 허술하게 붙지 않는다.'
시간과 정성!
세상 다른 일도 다 마찬가지다.
얼마 전 고3 교실에서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한 남학생이 소리쳤다. "지금 그냥 서울 의대 탁 넣어주면 좋겠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학생이 바로 받아쳤다. "인마, 넌 넣어줘도 따라가지도 못해." 못 들은 척 했다. 일확천금에 대한 욕망과 기원은 여러 형태로 우리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힘든 노력 없이 짧은 시간에 주어지는 뻥튀기 결과를 기대한다. 그걸 운이 좋다고 말한다. 운이 좋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력도 준비도 없이 결과만 원할 순 없다.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돈도 허술하지 않다.
돈을 버는 단계는 일단 벌고, 모으고, 불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의 문제는 벌고, 모으기까지만 한 것이다. 불리기를 몰랐다. 그것을 투자라고 부르는데 나의 삶 어디에도 그 단어는 없었다.
돈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낯선 단어가 '복리의 힘'이었다. 복리는 초등학교 산수시간에 이자 계산법으로 배운 것인데, 요즘 어디서 복리 이자 주는 곳이 있다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투자에서 '복리의 힘'은 시간에서 오는 마법이었다. 꾸준히 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 수익이 수직으로 치솟는 시점이 있다는 것이다. 부자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주식 부자라는 워런 버핏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주식에 용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복리의 효과를 내어 세계 최고의 주식 부자가 된 것은 그의 나이 60이 되어서라고 한다. 최고가 되는데 50여 년이 걸린 것이다. 그 과정에 연구와 정성을 들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세상에 그저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돈 공부는 처음이라>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투자와 도박은 내가 투여하는 자금에 어울리는 시간과 정성을 쏟았는지, 쏟지 않았는지로 나뉜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투자라 부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박이라는 것이다. 도박의 유혹은 달콤하다. 결국 돈 공부의 결론은 '투자'를 시작하는 것인데, 나에게는 큰 숙제다. 한 번도 해 본 적도 없고, 해 보고자 하는 의지를 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0에서 시작이다.
'운전도 투자도 결국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알기 위해서 시작하는 것이다.'
참으로 위로가 되는 말이긴 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내가 운전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같은 길을 2년 가까이 매일 오가다 보니, 패턴이 보인다. 어느 시점에 2차선으로 가다가 1차선으로 바꿔야 하는지, 앞의 신호가 파란 불이면서 흐름이 원활하면 끝차선으로 가야 함을 안다. 빨간 불에 걸려 멈추는 위치에 따라 신호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안다. 앞에 버스가 있으면 어디서 추월을 해야 하는지, 추월하지 않고 뒤를 따라가야 하는지도 안다. 그건 내가 2년의 시간을 들였기 때문이다. 실행했기에 알게 된 사실들이다.
돈 공부를 처음 시작 할 때는 책에서 비법이나 비책을 알려줄 것 같아서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바람이 빠졌다. 결국 직면한 것은 나의 직접 투자다. 투자의 방법으로 제시된 주식을 하던지, 부동산이나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해 봐야 한다. 현재 나는 망설이고 있다. 역시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의 진입은 두렵다. (그리고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다) 실패해서 돈을 잃게 될까 두렵다. 가만히 있으면 잃지는 않을 건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건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의 돈 공부가 난항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