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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Mar 17. 2024

마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비법 공개

마르는 건 간단하다. 세상에 이것보다 쉬운 게 있을까 싶다. 자기 살 좀 떼가라는 친구한테 그랬다. 내가 먹는 대로 따라먹으면 된다고. 우선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잘 챙겨서 먹는다. 배가 부르게 잘 먹는다. 중간에 간식은 거의 하지 않고 목이 마르면 상온의 생수를 충분히 마신다. 그리고 자기 전에 배가 고프면 그 소중한 느낌을 즐기며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나 간단하다.

 

다른 팁을 몇 개 덧붙이면, 라면, 콜라, 과자, 빵, 커피, 치킨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먹기도 하지만 맛만 본다. 난 핸드폰에 배달앱이 하나도 없다. 집에서 배달시켜 먹을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냉장고에 있는 당근이나 오이를 깎아 먹는다. 또 제철 과일들은 다 좋아한다. 요즘은 과일값이 비싸 자제하고 있어서 좀 우울하다. 

 

살을 씹는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를 맛이 당겨서 먹지는 않는다. 모여서 같이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먹지만 조금만 먹는다. 배에 가스가 차서 방귀가 자꾸 나오고 다음 날까지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다. 반면 바다에서 온 것들은 다 좋아한다. 그것을 튀긴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피시 앤 칩스는 입에 대지 않는다. 그 점에서 영국은 나와 맞지 않는 나라다.

 

여기까지 알려주고 매일 산책과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산에 가라고 하면, 그래서 넌 살이 안 찐다,며 째려본다. 알면서 따라 하지 않는 거다. 아니 못하는 거다. 이해는 간다. 나도 말랐다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듣기도 하고, 살이 빠지면 에너지도 빠져서 살을 찌우려고 늘 신경 쓰며 애쓴다. 해보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친구가 자기 따라먹으라며 식단을 알려주었는데, 난 도저히 다 먹을 수 없다. 가끔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거짓말이다. 

 

미안하다. 사실 한방에 되는 비법은 모른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겠나. 우리는 그냥 테디베어와 학이 친구인 것과 같은 관계다. 테디는 학에게 자기처럼 먹으라고 하지도 않고, 말랐다고 하지도 않는다. 학도 테디에게 뚱뚱하다고 하지 않고, 자기처럼 먹으라고 하지 않는다. 테디가 다이어트한다고 굶지 않고, 학이 살찌려고 정육코너를 기웃거리지 않는다. 매우 간단하다. 우리도 그러면 된다. 태생대로 건강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세상엔 더 중요한 게 훨씬 많은데.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라면서 그 정도 못하겠는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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