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물었다.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가장 많은 답은 ‘그렇게 걱정하며 살지 않아도 되었는데.’였다 한다. 그 대답이 참 안타까우면서 나도 역시 그 속에 빠져 있음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걱정, 불안 두려움은 눈 뜨면 언제나 곁에 있었다. 눈을 감으면 꿈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불안하여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앞날이 두려워 학교를 그만두기도 하고, 같은 이유로 마지못해 다니기도 한다. 미래를 두려움 속에서 기다리는 것은 얼마나 외롭고 기운 빠지는 일이겠는가.
두려움은 보이지 않아서이고, 알 수 없을 때 생기는 것이다. 마치 깜깜한 밤길을 한줄기 빛도 없이 걸어갈 때 이 길이 맞는지, 어디서 짐승이라도 나와서 해를 당하지 않을지, 언제쯤 날이 밝을지 알 수 없어서 한발 내 딛기가 두려운 것 아닐까. 그러나 내디디지 않을 수 없을 때, 가기는 가야 하니 그 자체가 힘든 일이다. 어디 작은 빛이라도 있으면 따라가 보지만 역시나 그 빛의 정체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더 두렵게 만드는 것은 나쁜 상상이다. 잘못된 길로 떨어져서 견디기 힘든 고난이 온 몸으로 느껴서 그 현실감에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드는 상상은 불안감을 더 가중시킨다.
지나고 보니 후회되는 일이 많다.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속을 뚫고 걸어 온 결과를 보면 그렇다. 지금의 삶이 내가 꿈꾸던 것도 아니고 (사실 어떤 삶을 꿈꾸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삶을 살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걱정해도 와야 할 일은 오고,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 겪어야 할 불행은 겪어야 했다. 그것들을 어찌어찌 잘 겪어 내었고 힘들어 쓰러지더라도 잘 버텨 내었다.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삶이지만 지금 난 괜찮다. 어짜피 선택할 수도 없는 삶이고, 이럴줄 알았으면 눈치 보지 말고, 재지 말고, 빼지 말걸. 다 두려워서 그랬는데. 젊은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