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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맹(盲)스러움과 돈맹(猛)스러움 사이

소박한 투자의 시작

by 오드리

비트코인을 해서 재미를 본 친구가 있다. 여윳돈이 있어 호기심으로 사두었는데 어마어마하게 올랐다며 지금이라도 시작하라고 만날 때마다 입에 거품을 문다. 유튜브 채널을 알려주며 들어보고 공부하라고 호들갑이다. 그녀는 '투자는 믿음이다'며 나름대로의 소신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공부해 보고 믿어야 투자도 할 수 있고 책임도 질 수 있다고. 귀가 팔랑거려 몇 개를 들어 보았다. 혹할 만한 내용도 많았고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도 많았다. 얼마나 공부를 해야 '믿음'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사실 잠깐 공부해 보니 가상화폐를 '채굴' (아직 이게 무슨 뜻으로 쓰이는지 모른다) 하는 과정에 엄청난 전기가 들어간다고 들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려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데 그 메커니즘조차도 이해되지 않는 데 믿음이 생기기는 요원해 보인다. 환경주의자를 내세우며 반대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 공부자체도 멀리할 것 같다.(에고, 이리도 험난할 줄이야)


육십 넘어 돈 공부를 시작하게 된 연유는 나의 '돈맹(盲)스러움'에 놀랐기 때문이다. 한글 문맹에서 벗어나려고 공부를 시작했던 팔십넘은 할머니들은 아름다운 시도 썼지 않은가. 그런 마음과 각오로 시작할 때는 내 속에서 요동치는 돈맹(猛)스러움에 희망차고 뿌듯하기조차 했다. 마음을 바꾸고 나니 세상에 돈 벌 수 있는 일이 깔려 있었다. 그저 쓸어 담으면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은 왜 하지 않나 의아하기까지 했다.


알고리즘 '덕분에' 핸드폰만 열면 돈 버는 짤들이 가득하다. '알려줘도 하지 않는다'는 심리를 이용한 멘트도 달기 시작했다. 한 달에 몇 천만 원, 몇 억을 번다는 멘트가 번쩍대고 있다. 한 번은 해외구매대행으로 한 달에 1억을 버는 소싱방법을 무료로 알려준다고 해서 한 번 들어보았다. 강의가 짜임새도 있고 구성도 탄탄하고 강사의 목소리도 신뢰가 갔다. 노트 필기를 하고 당장이라도 시작할 기세였다.


그러나 상세한 것을 배우려면 몇백만 원의 강의료를 내고 배워야 했다. 배워서 그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강의료는 껌값이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물건 하나당 마진이 십만 원이 생겨도 천 개를 팔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십만 원 마진 남길 수 있는 물건도 잘 없고, 천 개를 팔기도 불가능하다. 대부분 조회수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자극적 제목으로 올린다. 강의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유튜브에는 그런 것을 올려서 돈 버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외에도 구글 블로그로 한 달에 몇 백을 버는 법도 들어 보았다. 기가 막히게도 Chat GPT를 이용하여 정보성 글을 생성하고 그대로 붙여 넣기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광고를 붙일 수 있단다. 그 이후에는 인기 키워드를 찾아서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하루에 2시간만 투자해도 된단다. 하지만, 구글광고가 클릭 한 번에 200원 정도라는데 5만 번의 클릭을 해야 한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처럼 쉬워보이진 않는다.


돈맹(猛)스러움이 지나치면 다시 돈맹(盲)스러움으로 넘어간다. 뭐든 지나치면 눈을 가리게 된다. 멍청함을 벗어나도록 공부를 하고, 지나친 만용을 자제할 수 있을 정도의 중간을 유지하며 살기는 어려운 것인가. 한쪽 극단에서 다른 쪽 극단으로 가는 것은 쉬워 보인다. 속성이 닮아서 그런 가보다. 공통점은 어리석음인 듯하다.


돈 공부도 다른 공부와 다르지 않다. 친구 말대로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믿음, 해낼 것이라는 믿음. 아직 투자다운 투자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페이증권에서 매일 1000원씩 주식 모으기를 해보다 매일 3000원으로 올려서 해보고 있다.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젠슨 황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니 인공지능과 GPU, 로봇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되었다. 아는 만큼 용맹스러워지길, 내 속에 신중한 호랑이의 기상이 키워지길 기대한다.


돈맹(猛)과 돈맹(盲)의 중간 어디쯤 도달하는 것이 육십 넘어 시작한 돈 공부의 소박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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