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늦은 돈 공부 쉽지 않네

Chat GPT한테 물어보았다

by 오드리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절대 못하는 것이 있음을 안다. 트리플 액셀을 뛰겠다고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다. 리스트의 초절정기교를 임윤찬처럼 연주하겠다고는 꿈도 꾸지 않는다. 키이라 나이틀리처럼 영국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며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역을 할 수 있다고는 감히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재주가 기본이고 각고의 시간도 들여야 한다.


돈 공부는 첨부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투자? 그까짓 거 만만해 보였다. 아무나 하는 것 같고, 돈맹인 나도 배워서 할 수 있을 거라 우쭐했다. 그런데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이것 또한 내 분야가 아닌 듯하여 주춤하고 있다. 빵빵하게 부풀었던 기대감의 바람이 푸슝 빠져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도대체 난 뭘 기대한 걸까. 아마도 '한 탕', '한 방'을 터트려 '팔자를 고쳐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솔직히 그렇다. 그래서 김이 새고 있다.


돈공부를 시작하고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짤도 보고 있다. 신용카드도 잘라버리고 매일 가계부도 쓰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정리했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지 않는다. 가장 큰 발견은 연금만으로 살게 되면 어느 정도의 지출을 해야 하는지 한계를 인지한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정도만 해도 성과가 있긴 하다. 그런데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한 걸음도 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쳇 GPT한테 물어보았다.

캐주얼하게 물었다. 약간 징징대는 톤으로. 육십 넘어 돈 공부 시작했는데, 지금 이걸 하는 게 맞나 싶고, 동력도 떨어지고, 의욕도 상실한 상태야.


녀석의 대답은 늘 그렇듯 긍정적이고 거침없다. 그리고 개괄식이다.

60 넘어서 돈 공부라니 정말 멋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나이에 부슨 새로운 걸?'하고 포기하는데 용기와 의지가 멋지다. '동력저하' '의욕상실'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새로운 걸 배우는 과정은 쉽지 않지. (짜식!)

1. 목적과 목표 다시 점검하기

2. 작은 성취 경험 쌓기

3. 내 페이스 인정하기

4. 돈 공부를 즐거운 활동으로 만들기

5. 스스로 격려하기


가만히 보고 있자니 1초 만에 나온 대답이지만 나름 도움이 된다.

먼저, 왜 돈 공부를 시작했는지, 무엇을 얻고 싶은지 점검하기. 원론적이지만 리마인드 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평생 돈에 무심함과 무지함으로 일관한 것을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돈과 친해지고 싶어서다. 솔직히 그렇게 해서 여유 있게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다.


녀석은 계속 물었다.

어떤 부분에서 의욕이 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전략을 맞춤형으로 짜 줄 수 있어.


나는 대답했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40대만 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아. 투자는 시간이 중요하잖아. (이건 솔직한 심정이다)


녀석은 이번에도 거침없다.

네 마음 이해해. '시간부족'은 현실적 고민이지. 특히 투자에서 시간은 중요한 자산이니까. 하지만 60대라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몇 가지 이유를 말해볼게.

1. 긴 시간 동안의 복리 효과를 기대하는 건 어렵겠지만, 손실 최소화, 안정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은 많아.

2. 목표를 성장, 대박에 두지 말고, '안정성', '자산 보존', '현금 흐름 창출'에 두는 게 현실적이야.

3.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자원이 있어, 감정적으로 더 안정되어 판단력이 좋아질 수도 있어. (과연?)

4. 투자 외에 '예산관리, 지출 통제, 부채관리, 세금절약, 연금활용' 같은 재무 관리 능력 향상도 삶의 질을 높인다.

5. 지금 시작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기회


결론적으로 지금 가진 시간과 자원으로 '내 상황에 맞는 최선의 재무 전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재테크 책은 대상 독자가 젊은 사람들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돈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소비생활하는 법, 돈을 다루는 법, 돈을 모으는 법, 복리의 효과 이해하기 등을 다루고 있다. 기본적 마음 자세나 돈을 대하는 자세등은 배울 수 있지만 나머지는 내가 따라 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서 막혔던 것 같다.


쳇 GPT가 제안한 대로 60대에 맞게 돈 공부의 방향을 조정해서 좀 더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되겠다. 투자 공부는 5년 정도의 장기 투자에 맞추어서 하고, '지출의 규모를 정하고, 연금활용, 수입창출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 때 유일하게 C 학점을 받은 과목이 경제학이었다. 교양으로 배웠는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고 이해도가 향상되었을 리 없지만 어거지로 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은 돈 공부를 하면서 처음 들어보았다. 그저 '정신적 자유'에 더 관심이 있었다. 독서하고, 여행하고, 명상에 집중했던 이유다. 사실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것도 아니다. 적당히 절약하면 살만하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에서는 돈의 효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 그는 이것을 '돈이 주는 배당금'이라고 표현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부자라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들었는데, 최소 10억의 여유 현금유통이 되면 부자의 범위에 들어가고, 100억이면 슈퍼리치에 들어간다고 한다.


슈퍼리치도 부자까지도 욕심이 없다. 원하는 것을 다 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것도 그다지 욕심이 없다. 정신의 승리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육십이 넘어보니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알겠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타가 왔다. 그리고 연금의 미래도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국가가 나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도 있다.


퇴임하면 여행하면서 놀고 싶다는 꿈은 꾸면서 준비는 하지 않고 퇴직금만 믿고 있었다. 아마도 나의 돈 공부의 방향을 다시 정비해야 할 판이다. 어디 가서 재무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려나. 쳇 GPT 말대로 '지금 시작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기회' 임을 느긋하게 믿어야 하려나.






keyword
이전 10화돈맹(盲)스러움과 돈맹(猛)스러움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