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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부? 근(筋)테크부터

마이오카인 들어는 봤나

by 오드리

오늘 아침도 여전하다.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코 뿌리 부근은 맹맹하고 목은 칼칼하고 숨을 쉬면 명치 위쪽으로 쏴한 기운이 치받친다. 이 증상은 6주째 계속되고 있다. 일명 감기라고 불리는 증상인데 비타민과 아미노산, 스테로이드를 때려 넣은 수액과 항생제, 한약, 생약을 다 투여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한 일주일은 열도 나고, 콧물에 기침, 가래까지 난리도 아니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네버앤딩처럼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감기 바이러스 같은 병균이 우리 몸에는 셀 수없이 많이 같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는, 녀석들은 표시 나지 않게 꼭꼭 숨어서 숨죽이고 있다가 면역이 확 떨어지면 득세를 했다. 지금은, 표를 내고 있다. 존재감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언제든 확 점령해 버리겠다는 위협을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고 있다.


어느 시점에는 짜증이 났다가, 오기도 생기고, 공포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주변에 나보다 조금 먼저 늙음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위로랍시고 말했다. “늙고 있는 거야. 아프면 예전처럼 쉽게 낫지 않더라.”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판단의 지표는 되었다. 이 상태를 새로운 기본값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슬프디 슬픈 결론에 이르렀다.


가계부로 결산을 해보았다. 지난달보다 100만 원 정도 초과 지출이 발생했다. 전부 감기와 관련이 있었다. 도라지청, 개복숭아 진액, 인진쑥차, 호두기름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으로 '건강'을 내세웠나 보다. 실감이 났다. 감기로 이 정도라면 다른 병에 걸리면 거덜 날 수도 있겠다.


사실 한 달 동안 돈 공부는 고사하고 브런치도 제대로 연재하지 못했고, 책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필라테스 수업에 모두 빠졌고, 산에도 못 갔고, 친구도 못 만났다.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알고 있지만 마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새롭게 안 것 같다. 건강할 때는 잊어버려서 그렇다. 까맣게.


나이가 든다고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에 생각이 미쳤다. 육십이 넘어서 영어 배우면서 세계일주를 하는 분도 있다 들었는데. 90세 넘은 분이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근육을 유지하기도 한다는데. 나도 나름 운동을 놓지 않고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자부했는데 택도 없는 생각이었다.


근육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제대로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유산소 운동 위주로 걷기만 하는 정도였다. 근육운동이 중요한 것을 이번에 알았다. 근(筋) 테크라는 말도 있고, 근육연금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근육의 중요함을 알리는 정보였는데 귀담아듣지 않았다.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직접 만들어지는 마이오카인이라 불리는 호르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마법의 호르몬이라고도 하고 만능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염증을 억제하고, 뇌세포와 혈관을 재생, 심장기능을 보존하며,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면역기능을 개선한다니 그럴 만도 하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면 근육 때문에 튼튼한 몸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런 호르몬이 나온다니 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돈 공부는 돈을 버는 방법, 돈을 모으는 방법도 포함되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근육 모으는 방법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근육이 실제로 돈이다. 근육에서 만들어진 마이오카인이 어떤 약보다 좋다면 말이다. 노인학과 정희원교수는 대놓고 말했다. 젊어서부터 건강을 챙기면 50억의 효과가 있다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앞으로 살 날이 제법 남았으니 일단 나의 돈 공부 목록에 근육 모으기도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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