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부 연재를 마무리하며
"시간이 돈이다."
이 귀한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들리기는 했지만 엄마 잔소리쯤으로 치부했다. 아, 네네! 뼈저리게 느끼는데 반백년이 걸렸다. '이래서' 인간의 진화가 더디다고 어떤 철학자가 개탄했다는데, 뭐, 그게 인간인걸 어쩌겠나! 여기서 '이래서'는 자신의 경험으로 깨닫지 않고는 절대 받아들지 않는 인간만의 고집과 어리석음을 뜻한다. 아무리 알려줘도 절대 듣지 않는다. 그래도 몇몇은 귀를 열어 들었고 덕분에 진화는 계속되었다.
얼마 전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20대 제자가 자랑하듯 말했다.
"선생님 말씀 듣고 저축을 시작했어요."
"어머나, 이렇게 기특할 때가 있나. 정말 훌륭하다."
"100만 원이 모이면 갤럭시탭 살 거예요."
" … "
돈 공부는 젊어서 할수록 좋다. 정말 기특하다. 용돈을 아껴서 돈을 모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돈을 모아서 써 버린다면 그건 모으는 것이 아니다. 나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돈을 모으는 목적은 시드 머니를 만들어 투자를 하기 위해서야. 모아서 써 버리면 아무 소용없겠지."
계속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일단 1000만 원을 모아서 시작해 보자. 넌 시간이 많으니 얼마나 좋으니."
흐흐흐! 내가 저렇게 대답한 것을 보면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늦게라도 공부한 보람이라고나 할까. 시중에 나온 스테디셀러 재테크 책은 대부분 내용이 비슷했다. 빨간 줄 그은 부분도 비슷하고 방향도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쯤 해서 돌아보니 나의 사고와 행동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정리해 보자.
가장 큰 변화는?
'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공부해도 도루묵이다. 생각을 바꾸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얼마나 뿌리가 깊던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돈 이야기를 하면 무의식에서 불편함이 있다. 불편함이 올라오면 인지한 후, 그 느낌을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딱히 자연스럽진 않지만, 일단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꼭 한다. 제자나 젊은 선생님들, 조카들, 친구 딸이나, 잔소리로 들을지 모르는 나의 딸에게도.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공부도 한다. 경제와 투자에 관련된 공부다. 처음에는 유튜브 등에서 자극적인 썸네일에 끌려서 이것저것 마구 들어 보았다. (그 과정도 필요했다.) 듣다가 보니 나름 판단력이 생겼다. EBS나 한국경제, KBS 등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류는 믿을만하고 합리적이었다. 개인 유튜버들은 좋은 이야기지만 어느 시점엔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경제의 기본에 대해 도움을 받은 채널이 있다. EBSCulture에서 제작한 '나의 두 번째 교과서-경제'다. 이진우라는 분이 설명을 해주는데 8강까지 있다. 돈에 얽힌 메커니즘을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 돈공부를 시작하면서 들어보기에 매우 유용한 강의라고 생각한다.
[Full] 나의 두 번째 교과서 - 경제 1강 통화량, 우리가 재테크를 하는 이유
다시 개인적으로, 돈 공부에 대해 정리가 가장 잘되어 있는 책은 '부의 본능'이다. 거창하지 않고 사람의 본능으로 접근하여 실감 나게 와닿는다. 여러 책에 나오는 유용한 팁이 한자리에 다 모여있다. 추천한다.
처음에는 '복리'라는 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즘도 복리로 이자를 주는 상품이 있나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그럴 리가 없다. 책에서 말하는 복리는 '시간'을 말했다. 투자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복리의 마법을 만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처음 1억 원을 모으기는 힘들지만 다시 1억을 모으는 것은 덜 힘든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쉬워진다. 아인쉬타인은 '복리야 말로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다 한다. 공부를 하다 보니 실감이 났다.
투자의 종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주식, 부동산이 대표적이고 요즘은 가상화폐도 있다. 그 분야에서 일명 성공한 사람들은 영혼을 갈아 넣어 연구를 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답은 노! 대신 ETF나 REITs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펀드형식으로 전문가들에게 의뢰하는 것인데 수익이 크진 않지만 적금보다 높으면서 안정적이다. 이것도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주식 모으기도 있다. 특정 요일을 정해 주식을 한 주씩 모을 수도 있고, 하루에 삼천 원이나 오천 원씩 모으는 방식도 있다. 이때 수수료는 무료다. 커피 한 잔 대신이라 생각하면 의미 있는 투자 방식이다. 소액으로 경험을 쌓을 수도 있어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회 현상의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공부하게 되었다. 생소하던 것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용어를 익히면서 강의 내용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니 재미도 있었다. (이건 매우 큰 발전이다) 엔비디아를 알게 되면서 양자 컴퓨터에 호기심이 생겼고, 비트코인의 암호는 언젠가는 풀리게 될지 흥미도 생겼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국제 정세에 솔깃해지기도 하니 상전벽해라는 오래된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육십이 넘어 '돈'에 대해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시작했고, 그동안 신용카드를 자르고 가계부를 열심히 쓰고 있다. '이 정도의 정보를 이십 대에 알았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마음속에서 계속 올라왔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으로 바꿔서 생각하고 있다. 이십 대에 알았더라면 브런치에 다른 종류의 글을 올렸겠지.
여기서 연재는 마치고, 한 마디로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보자면?
한 마디로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버는 방법은 없다'. 자전거를 배우려고 해도 연습하고 넘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투자도 그렇다. 돈을 버는 것도 그렇다. 그 불변의 진리만 마음에 새기고 있다면 투자도 새로운 배움이 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를지도 모른다. 꾸준히만 한다면.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연재는 마치지만 '돈' 공부는 계속할 것이다. 함께, '근테크'에 집중해서 건강을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근육이 돈이고, 시간이 돈이다.' 이 소중한 새로운 배움을 고맙게 간직하고 지키고 싶다.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하고 싶다. 뭘 할까? 찾으면 또 다른 연재로 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