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아닌 것_에린 핸슨, <마음 챙김의 시> 중
나는 향상심이 있는 사람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글을 쓰기를 바란다. 그것이 나에게 기쁨이고 재미다. 그런데 때로는 이 마음에 불순물이 섞이기도 한다. 드러나려는 마음, 비교해서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마음을 완벽하게 걸러내서 정제수 같은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마음이 적정량을 넘어서면 마음이 병들기 시작한다.
백 년도 안 되는 짧은 인간의 생을 최대한 건강하게 사용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호스피스 병동의 많은 수기에서 더 많이 일하지 않아서,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해서 후회하는 글을 본 적이 없다. 더 사랑하지 않은 것, 진짜 아름다운 것을 구분하지 못해서 눈에 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수기에 담긴 그 마음은 아직 내일이 남아있는 우리를 향한다. 부디 당신은 후회하지 말라고.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오늘을 더없이 누리라고 말한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 <마음 챙김의 시> 중 '아닌 것'이라는 시가 눈길을 잡는다. 당신, 그리 아름답다고, 알고는 있냐고 걱정 어린 눈으로 묻는다. 혹시 모를까 봐 하는 말인데 당신 아닌 것들로 당신을 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이, 외모, 이름 이런 게 당신이 아니라고. 당신은 당신의 정신과 영혼이 걸어간 흔적이고 세상에 남긴 발자국이라고. 당신은 당신의 마음이 향한 곳이며 영혼의 정수가 흘러가는 곳이라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단어로 다정하게 말한다. 질책하지 않는다. 혹시 잊을까 봐 하는 말이라고 마치 아름다운 영혼의 수호천사처럼 귓가에 속삭인다. 내가 하는 모든 말, 내가 읽는 활자, 무의식적인 마음의 움직임, 영혼의 쉼터를 꼭 기억하라고, 부디 그래주길 바란다고.
글자에서 별 가루를 뿌린 듯 챠라랑 소리가 날 것 같다. 나의 향상심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영혼의 선한 의도가 무엇인지, 시를 읽고 다시 마음을 살핀다. 나는, 이런 아름다운 시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영혼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그래서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과 눈물이 흐르는 곳 곁에 내 글이 있었으면 좋겠다.
에린 핸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Erin Hanson
You are not your age,
Nor the size of clothes you wear,
You are not a weight,
Or the colour of your hair.
You are not your name,
Or the dimples in your cheeks,
You are all the books you read,
And all the words you speak,
You are your croaky morning voice,
And the smiles you try to hide,
You’re the sweetness in your laughter,
And every tear you’ve cried,
You’re the songs you sing so loudly,
When you know you’re all alone,
You’re the places that you’ve been to,
And the one that you call home,
You’re the things that you believe in,
And the people that you love,
You’re the photos in your bedroom,
And the future you dream of,
You’re made of so much beauty,
But it seems that you forgot,
When you decided that you were defined,
By all the things you’re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