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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Sep 16. 2021

나에게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19. 나, 다니엘 블레이크

전에도 봤어요.

착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거리에 나앉더군요.

그냥 신청자 명단에 남으세요.

_ 앤


고마워요, 앤. 하지만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거요.

_다니엘


Q. 나에게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앞서 '인간답다'를 먼저 생각해봐야겠다. 과연 인간답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인간답다는 표현을 사용할 때의 어감은 따뜻하고 정이 있고 사랑이 느껴진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었다. 지금은 의문이 섞인다. 과연 인간답다는 말이 긍정의 표현이 맞기는 한 걸까? 우리가 욕으로 사용하는 '짐승만도 못하다'는 표현이 어색하다. 어쩌면 동물들이 서로를 욕할 때 '인간 같은 놈'이라고 표현하는지도 모르겠다.


동물은 본능에 충실할지언정 배신하지 않는다. 자급자족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행동의 결과 조차 자연의 거대한 시스템이 순환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인간은 활동하면 할수록 지구가 아파지고 무너지는 것 같다. 숲을 밀어버리고 땅을 개간하며 인류는 편의를 누리지만 지구는 병들고 있다. 작년 초에 발생한 판데믹으로 인해 인류는 이전과 다른 행보 중이다. 인간이 활동을 멈추니 지구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해온 것일까.


동물들은 필연적으로 다른 생명을 죽이지만 딱 자신과 부양가족이 먹고살 만큼이며 그것 외에는 살아가는 방법이 없다.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유희를 위한 게 아니다.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나 호랑이도 사냥을 할 때 최선을 다한다. 물론 동물들 중에서도 먹지도 않을 생명을 해치거나 다른 생명을 재미로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범고래나 돌고래 등 주로 지능이 높은 동물이 그렇다. 그렇다면 지능이 높다는 것이 악에 더 가깝다는 것인가?


인간은 자신의 부정 감정을 해결하지 못해서 같은 인간을 해친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을 적합한 언어로 표현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같은 이유로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과 욕구를 들여다보지 않고 덮어두기도 한다. 그 과정은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진다.


 나에게 인간답다는 말의 본래 의미는 역지사지를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나의 곁을 일부 내어준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으나 기꺼이 감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한 자를 돌보는 것은 나 또는 나의 가족도 그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하는 것과 같다. 영화에서 다니엘에 느꼈을 마음은 인류라는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것 같은, 덩그러니 홀로 외로이 방치된 기분일 것이다. 지난 시간 동안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는데 늙고 병들어 버려진 기분을 느낄 때 그는 상실감과 허무를 경험했을 것이다.


나에게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한다는 말과 같다. 주는 입장으로도 받는 입장으로도. 사람은 살아가면서 주고 또 받는다.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늘 주기만 하는 사람도 늘 받기만 하는 사람도 없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어떤 입장에든 처할 수 있으며 예측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타인을 보듯 나를 보며 나를 보듯 타인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2020. 8. 10 월  D-82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Q. 나에게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자유 의지로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 서로 사랑하며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사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것. 서로의 결핍이 약점이 아니라 서로가 보완하며 돕는 것이 당연한 것.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사는 것. 경제적 결핍으로 인해 인간성이 훼손되지 않는 것. 존중하고 존중 받는 것. 역할이 아닌 존재로 살아가는 것.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하루 10분, 질문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인스타그램에 매일 정리합니다. 그 글들을 씨앗 삼아 브런치에서 하나씩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지금은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시즌 6  글쓰기 중입니다.

중간에 합류할 수 있어요. 함께 하실래요?

https://blog.naver.com/dove7522/222413538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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