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인문 온라인 글쓰기
부모님이 늘 하시던 말씀 : 소소인문 온라인 글쓰기 <영화에서 건져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9기
아버지는 늘 건강이 최고라고 말씀하신다. 지금도. 아무리 돈 많고 성공해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없다고. 영향을 받았는지 몰랐으나 어떤 상황에도 내가 살아있고 건강하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잘 지키고 있다는 든든함. 이런 신념의 그림자는 건강이 휘청일 때 정신건강도 같이 휘청인다는 것. 무엇이든 너무 과하면 반대급부가 크게 따라온다. 건강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되 내 손을 떠난,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의한 결과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어머니는 '사람 노릇'을 늘 강조하신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그 '사람 노릇'이 녹록지 않다. 어머니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보여주신 덕분에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 새겨진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우리 집 가훈은 아주 예전부터 '근면, 성실, 정직'이었다. 참 멋없고 딱딱한, 엄근진스러운 가훈. 부모님은 이 가훈을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평생 보여주셨다. 딸 셋인 우리 자매들의 뼈 속 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삶에서도. 여기에도 반대급부는 있다. 근면하지 않으면 무쓸모, 잉여라는 신념이 나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이 신념을 알아차리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언제 이 신념이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의 여유로움을 누리게 된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가 크리스천이 아니었어도 지금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유교걸들로 자라온 우리 자매들의 농담 중 하나다. '~는 ~이래야 해', '~는 하면 안 돼' 등등의 신념들 덕분에 어른들에게 잘 자랐다는 칭찬을 들었으나 마음 한편으로는 억눌린 마음도 분명 있었던 듯하다.
20대와 30대를 지나오며 40대인 지금은 이러한 흐름과 변화와 현재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아직은 의식해서 그러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어느 날엔가 이런 알아차림 조차 없게 되면 온전히 나다움, 자유로움을 누리게 되겠지. 자유를 인식하지 않는 자유함.
아름답다는 말의 '아름'이 '나'라고 한다. 아름답다는 곧 '나'답다는 의미. 나다울 때 보기 좋은 모습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선조들의 지혜가 갑자기 뭉클하게 다가온다. 내 유전자에 새겨진, 내 인생에 자리 잡은 경험과 부모님의 가르침들을 나답게 버무려 아름다운 인생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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