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알아차림-생각스캔
휘몰아치는 감정의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은 감정 알아차림이었습니다. 감정 스캔을 통해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바라보는 것이죠. 감정은 감각과 연결되어 있어서 몸의 감각을 따라가면 감정을 만나기도 합니다. 아래 링크 글을 먼저 읽고 이 글을 보시면 더 좋겠어요.
https://brunch.co.kr/@yuncoach00/23
감정 덩어리를 분리하고 나면 각각의 감정들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감정이 향하는 대상까지 세세하게 구분합니다. 화가 난다면 누구에게 화가 나는지 바라봅니다. 자신에게 화가 날 수도 있고 누군가를 향하기도 합니다. 속상함, 안타까움, 안쓰러움, 죄책감, 미안함, 고마움, 자랑스러움, 아쉬움, 미움, 서글픔, 무상함, 무기력, 의문 등등. 한 가지 감정에 여러 대상이 연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에는 감정 층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가장 안쪽에 감정의 알맹이 혹은 본질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애써서 찾지 않으면 만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알맹이를 만나지 못했을 경우 그것은 겹겹이 옷을 입고 덩치가 커다란 감정으로 우리에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아내 : 듣고 있는 거야?
남편 : 당연히 듣고 있지.
아내 : 내가 왜 듣고 있냐고 물은 것 같아?
남편 :...
아내 :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으니까 물어봤지. 당신 listen 이랑 hear의 차이 알아? 귀가 있으니 들리기는 하겠지만 집중하고 있지 않잖아. 당신 눈이 가끔 나 너머의 저 머나먼 우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그럴 때면 너무 외로운 기분이 들어서 슬퍼. 나를 바라보지 말고 나와 같은 곳에서 같이 보면 좋겠어.
눈치채셨겠지만 여기서 아내는 저랍니다. 제 감정이 어떤가요? 슬픔, 외로움, 화가 보이세요? 여기서 화는 엄청난 분노는 아닙니다. 슬픔과 외로움이 증폭되어 화라는 감정처럼 느껴지고 있어요. 사실 저는 화가 난 게 아니라 외롭고 슬픈 거죠. 주황색 글씨로 제 감정을 말했습니다. 외로운 기분이 드는 이유가 뭔가요?
주황색 외로운 감정의 꼬리에 어떤 생각이 달려있는지 보이세요? 파란색 글씨가 생각입니다. 저는 남편이 제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를 보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사실이기도 했어요. 남편이 혼자만의 세계로 종종 떠나거든요. 대화중에 ㅎㅎ) 이런 생각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바라보면 많은 경우 상식적이지 않거나 과도하게 치우친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파란색 글씨, 생각의 꼬리에 무엇이 달려있을까요? 연두색 글씨가 바로 원하는 것, 욕구입니다. 저는 남편과 대화 나눌 때 남편이 잘 듣고 있다고 소리 내어 주기를 바랍니다. 중간중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해결책, 대안을 제시하기 전에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알아보고 말로 표현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면 저는 우리가 같이 있다고 느끼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고, 안심하게 됩니다.
감정의 꼬리에는 생각이 달려 있습니다. 생각의 꼬리에는 원하는 것, 욕구가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강렬하게 욕구나 생각이 먼저 보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감정이 가장 크게 드러납니다. 커다란 거품 옷을 입고 말이죠. 감정의 꼬리인 생각과 생각의 꼬리인 욕구를 알아차리는 방법은 물어보면 됩니다. 왜? 이렇게요. 감정 스캔을 한 후에 감정 하나를 고른 후 왜냐고 물어보세요. 속상하다면 왜 속상하냐고 감정에게 물어보세요. 감정 층이 여러 개인 경우에는 여러 번 왜냐고 물으며 한 층 한 층 내려가야 해요. 한 번에 한 층씩. 문을 열고 왜 그런지 물어봅니다.
이때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무리 한심하고 바보 같아 보여도 자신을 공격하지 말 것!
스캔을 한다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내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소중한 존재를 바라보는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한 층 한 층 문을 열고 내려가기 위해 꼭 필요한 약속입니다. 격한 감정들은 사실 연약한 알몸의 나를 보호하고 있는 갑옷 인지도 모릅니다. 갑옷을 하나씩 내려놓을 때 공격받는다고 느끼면 갑옷을 벗을 수 없어요. 맨몸의 내가 되어도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면 뜻밖의 진심을 만나게 됩니다.
잘못된 감정이라고 느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합리화를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이해하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생각스캔으로 알게 된 것들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생각들을 바라봅니다. 그 생각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치우쳐 있는지 아닌지.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했던 생각을 철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생각의 꼬리에 달려있는 원하는 것, 욕구를 잘 바라보세요. 그것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던 맨몸의 내가 매우 기뻐합니다. 그것을 알아봐 주기를 바란 것은 바로 나 자신일 테니까요. 그런 후에 상대방에게 요구 혹은 부탁을 합니다. 상대방은 그것을 수용할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의 몫이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관계에서 나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과 나의 경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생각에서 욕구를 찾아내는 연습을 구체적으로 해볼게요.
이 연습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진짜 나를 알아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uncoach00/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yun.coa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