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토마토를 노지 재배하면 비에 매우 약하다.
하지만 하우스를 지으면 코모리에 정착하게 될까 봐
나는 하우스를 짓지 않고 있다.”
_ 이치코 <리틀 포레스트:여름과 가을>
Q. 나에게 ‘이치코의 하우스’는 무엇인가?
A.
내가 생각하는 ‘이치코의 하우스’는 당장의 이득이 되는 것을 알지만 균형을 잃을까, 안주하게 될까 두려워하는 무엇이다. 하우스를 지으면 단순하게 해결되는 것을 이치코는 노지재배를 고집한다. 정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치코에게 코모리는 피난처이자 안식처 일지 모른다. 자신은 도망쳐왔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치코는 그 피난처의 편안함에 빠져들어 의지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수동적인 인생을 살게 될까 봐 두렵다.
피난처 혹은 안식처는 나쁜 의미가 아니다. 인생을 살아내는 길에 피할 곳, 잠시 쉴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러므로 '이치코의 하우스'는 그 자체로 나쁘지 않다. 단지 그것을 대하는 나의 나약한 마음을 탓해야 한다. 고생스럽지만 마음이 원하는 길과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 길 중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가는 수고를 외면할지도 모르는 나의 약함이 문제다. 몸이 편안한 그 길을 택한다 해도 그것이 위법이 아닌 이상 누구도 나를 탓할 사람은 없다. 단지 나 자신이 알 뿐이다. 내 영혼이 원하는 길이 어느 방향인지를.
이 질문을 마주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내 약함을 드러내야 하므로...
오래전부터 나는 나의 하우스를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하는 것, 나의 하우스는 ‘과외’다. 대학생일 때도 졸업 후에도 간간히 과외를 했었다. 어렵지 않았다. 나에게는 적은 노력으로 꽤 큰돈을 만질 수 있는 황금어장이었다. 그리고 이십 대 중후반 한참 사업을 하다가 실패 후 본가로 내려왔을 때 우연히 기회가 닿아 좋은 학생들을 여럿 만났다.
나는 가르치는 것과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한다. 티칭이라기보다는 코칭과 트레이닝의 어디쯤이다. 나의 학생들은 의대와 수의대를 포함해 자신이 원하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다. 나도 못 간 의대를 보낸 것이다. 나 혼자 잘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나의 지분도 크다고 확신한다. 몇 년 동안 과외를 하면서 강의를 병행하다가 결혼 후 지역을 옮기게 되어 이후로는 과외를 그만두고 강의만 했다.
지금 코로나 언택트 시대, 나의 위치는 불안하다. 수입도. 지금 밖에는 장대비가 계속 내리고 있고 나는 하우스가 무엇인지도 안다. 내가 하우스를 지으면 나는 분명 부농이 될 것이다. 그냥 알 수 있다. 나는 성적을 잘 올리는 사람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본인에게 있는 그 능력을 잘 찾아서 장착하는 강점이 있다. 나는 두렵다. 하우스를 짓고 토마토 재배가 풍년이 계속되어 부농이 되어도 내가 나의 꿈을 향해 언제든 코모리를 떠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내가 언제든 두둑한 돈주머니를 내려놓을 수 있는 인간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미 언택트 시대는 시작되었고 세상은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나는 조금 새로운 형태의 농사짓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나의 강점과 꿈을 연결하는 새로운 농장 경영법을 찾아낼 것이다. 코칭, 트레이닝, 영상, 인문학, 영화, 책, 그림책, 글쓰기, 학습 키워드가 어떻게 날실과 씨실이 되어 문양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글을 쓰기 전 질문을 대하면서는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웠는데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내 가슴은 뛰고 있다. 설레면 끝이다.(독깨비 써니의 비밀 주문이다.)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프로젝트를 100일 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루 10분 짧은 시간에 떠오른 생각을 인스타그램에 매일 정리합니다. 그 글들을 씨앗 삼아 브런치에서 하나씩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반 정도 여정을 지나왔고 이제 반 남았습니다. 합류를 원하는 분을 위해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s://blog.naver.com/dove7522/2220354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