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환자복을 안 입은 환자가 많은 법이지
세상에는 환자복을 안 입은 환자가 많은 법이지.
_ 간필옹 <사이코지만 괜찮아>
지나가는 말처럼 툭 가볍게 던지는
간필옹 할아버지의 말이 내 마음에 탁 걸린다.
간필옹은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있는 장기환자다.
전쟁에서 무고한 생명이 죽는 것을 보고,
현장에서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병이 되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안전하다고 여기는 '괜찮은 정신병원'에 머무른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는 때때로 염려증이 심해질 때가 있다.
<게슈탈트 심리치료> 스터디를 할 때는
정신병리가 모두 다 나에게 해당하는 듯 하여 무섭기도 했었다.
알아차림이 빠른 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피곤하다.
요즘은 환자복을 안 입은 환자가 많이 보인다, 나를 포함하여.
마음의 병은 가벼운 감기처럼 조용히 지나가기도 하지만 독감처럼 몇 날 며칠을 괴롭히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그 상황을 내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
'내 지금 상태가 이렇구나 저렇구나, 이런 면으로 예민한 상태구나, 이런 쪽으로 열등감이 있구나.'
알아차리면서도 괴롭다.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탓이다.
나의 찌질하고 쪼잔한 모습도 인정하고 예뻐하려는 노력은 하지만 말 그대로 노력을 해야 한다.
힘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아야 그것이 가능해지는 단계다.
이것을 개인적인 문제로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내가 나를 못마땅해하고 있는 그 시기에는,
나를 보는 같은 시선으로 내가 남도 딱 그렇게 보고 있기 때문에
내 맘에 안 드는 사람이 많아진다.
멀쩡한 사람이 나에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리고 이 시기는 대체로 몸이 안 좋을 때 같이 나타난다.
병약한 신체를 타고 들어오는, 나를 병들게 하는 사념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몸을 건강히 해야 한다.
몸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을 건강히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사람이 본래 악하다고 생각하지만,
악을 넘어서는 선함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내 눈과 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 기본적인 믿음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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