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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Nov 09. 2020

영화 <코코>, 기억해줘 Remember Me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15

| 기억해줘 Remember Me


코코

감독 : 리 언크리치

출연 : 안소니 곤잘레스 (미구엘 목소리),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헥터 목소리), 벤자민 브랫(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 목소리)

개봉 : 2018. 01. 11


 멕시코의 한 (가상의) 마을 산타 세실리아에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있다. 미구엘의 가족들은 음악이라면 질색이다. 무려 온 거리에 음악이 넘치는 나라 멕시코에서! 흥겨운 기타 소리가 골목과 광장을 가득 채워도 미구엘은 절대 허락받지 못한다. 혼자서 흥얼거리는 것조차!



 이유는 미구엘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인 이멜다 할머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멜다 할머니는 사랑하는 남편과 살고 있었는데 남편은 뮤지션이었다. 그가 음악 때문에 가족을 떠났고 이멜다는 생계를 위해 신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발 만드는 일은 가업이 되어 미구엘의 부모님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왔다. 미구엘도 곧 있으면 신발을 만들어야 할 운명이다. 하지만 미구엘은 뮤지션을 꿈꾼다.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를 동경한다. 그처럼 멋지게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 그가 나오는 영상 테이프는 하도 돌려봐서 모든 대사를 다 외웠다.



"이멜다 할머니는 제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돌아가셨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아직도 이멜다 할머니 이야기를 해요.
매년 ‘엘 디아 데 로스 무에르또스’, ‘죽은 자들의 날’에 말이에요."_미구엘 <코코>



 '엘 디아 데 로스 무에르또스', '망자의 날'에 마을에서 큰 경연이 있다. 미구엘은 경연에 참가하기 위해 에르네스토 기념관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죽은 자의 세상에서 빨리 산 자의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해가 뜨기 전에. 그렇지 않으면 영영 죽은 자의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살아있는 채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축복을 받아야 하는데, 죽은 자의 세상에서 만난 미구엘의 조상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미구엘에게 조건을 건다.


음악을 절대!
다시는 하지 말 것!



미구엘은 산 자의 세상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영화 <코코>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망자의 날(디아 데 무에르토스, 스페인어: Día de Muertos),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며 멕시코의 기념일로, 멕시코인과 미국 및 캐나다에 거주하는 멕시코계 주민들에 의하여 치러지는 행사이다. 망자의 날에는 죽은 친지나 친구를 기억하면서 명복을 빈다. 망자의 날은 11월 첫 번째 날과 두 번째 날이며, 가톨릭 교회의 기념일인 모든 성인 대축일(All Saint's day) 및 위령의 날과 연관되어 있다. 이 날에는 설탕이나 초콜릿, 아만토 등으로 해골 모형을 만들고 이를 제단에 놓아, 죽은 이의 명복을 빈다. 멕시코계 주민이 있는 곳에서는 매우 성대한 행사이며, 아메리카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등에도 퍼져 있다. 학자들은 망자의 날의 행사의 면면을 들어 아즈텍 인들이 죽음의 여신 믹테카키후아틀에게 바친 제의에서 그 유래를 찾고 있다.

**참조 : 위키백과



 ‘망자의 날’, 빛나는 마리 골드 MARIGOLD(금잔화)를 밟으며 죽은 자들이 산 자의 세계로 건너온다.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아래로 마리골드가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마치 모래시계의 남은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우리의 시간도 유한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마리골드의 꽃말은 '비탄, 실망, 비애, 슬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비탄, 실망, 비애, 슬픔’과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은 같은 범주에 들기에 너무 멀어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면? ‘죽음’을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왠지 ‘망자의 날’에 집 안 곳곳과 집으로 오는 길을 마리골드로 장식하는 이유를 알 듯도 하다. 철학자들의 말을 빌면 현실이 고달플수록 내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를 견디는 것이다. ‘망자의 날’, 죽은 이의 명복을 빌며 제단을 알록달록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한 것이 어쩌면 먼 옛날, 힘든 현실을 견디기 위한 멕시코인들의 지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주황빛 마리골드는 살아있는 우리에게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네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유한한 우리 인생에 형광펜으로 칠한 중요 표시 같은 느낌이다. 인간은 죽음에서 도망칠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죽음은 분명 두렵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일상에서 죽음에 대한 불안을 애써 무시하고 산다. 멀리 있는,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자신의 죽음과 진지하게 마주했을 때, 사람은 자신의 사명을 확신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결의한다고 하이데거는 말한다. 하이데거에게 실존이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의 유한성’을 자각하고 ‘죽음에 이르는 존재’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한정된 시간을 항상 의식하며 자신의 길을 간다. 결국 인간의 실존은 불안을 본질로 한다. 신피질이 없는 고양이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생각하지 않으므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등의 생각 자체가 없다. 그래서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아도 우울해하거나 지루해하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시간은 늘 현재이므로.

**참조 :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책 <일러스트 철학사전>



 어떻게 하면 다가오는 필연적인 죽음에 파묻히지 않으면서 지금, 여기를 깨어 알아차리며 살 수 있을까?



 나(윤짱 코치)는 약 십오 년 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중 난기류 지역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기체가 흔들리더니 체감 상 몇십 미터를 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착륙했지만 그 날 이후 나는 늘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 죽음의 존재를 기억한다. 어떤 중요한 순간, 선택의 찰나에 시간이 유한하다는 자각은 매우 유용하다.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그래도 이 선택을 할 것인가 자문하면 자존심 혹은 욕심으로 덮여 있던 눈 앞이 환해진다.



"그는 이제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잊힌 거야.
산 자의 땅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어지면
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도 사라지지.
우리는 이걸 마지막 죽음이라고 불러."_헥터 <코코>



 <코코>의 세계관에서는 산 자의 세상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모두 사라지면 죽은 자의 세상에서의 삶도 끝난다. 두 번째 죽음인 셈이다. 많은 수의 살아있는 사람이 기억할수록 죽은 자의 세상에서 부유하게 산다. 그리고 죽은 자의 세상에서는 이승에서 얼마나 기억되는가를 기준으로 뼈의 마모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이승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존재인 헥터의 뼈대는 뼈가 느슨해 걸을 때도 절뚝거리고 뼈 색깔도 칙칙하다. 갈비뼈 하나는 금이 갔고 왼쪽 정강이뼈 부근에는 붕대를 감고 있다. 손이 갑자기 떨어져서 다시 끼워야 할 때도 있다. 반면 극 중 전 세계가 기억하고 사랑하는 전설의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의 뼈는 거의 새것처럼 반짝인다. 알록달록한 죽은 자의 세계에서 오히려 가장 눈에 띄도록 올 화이트로 디자인된 델라 크루즈는 덜렁거리는 헥터와는 정반대의 깨끗하고 밝은 뼈를 갖추고 대비를 이룬다. 살았을 때의 부와 명성을,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도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도 하다.

**참조 : 네이버 영화 <코코>


기억해 줘
작별인사를 해야 하지만
기억해 줘
울지는 말아줘
몸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은 네 곁에 있어
우리가 떨어져 있는 매일 밤에도
너를 위한 노래를 부를게
기억해줘
비록 내가 멀리 떠나야 하지만
기억해 줘
슬픈 기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린 함께 한다는 걸
너를 다시 내 품에 안을 때까지
기억해 줘

 <코코> O.S.T 기억해줘 Remember Me


 헥터가 떠나기 전 코코에게 들려주는 노래 '기억해줘 Remember Me'는 이승에서 만의 바람이 아니다. 죽음 너머서까지 아빠를 기억해 달라는 딸을 향한 절절한 마음이다. 헥터와 코코는 아버지와 딸을 너머서 이전 세대와 현세대를 의미한다.


 리 언크리치 감독은 “<코코>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과거를 축하하는 이야기다. 지금의 우리와 이전 세대를 이어주는 유대를 탐구해보고 싶었다”라는 작업 계기를 밝히며, <코코>를 탄생시킨 계기가 바로 가족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삶과 죽음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피로 연결된 사람들. 그래서 '핏줄'이라고 하던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모험 중에 미구엘은 가족의 소중함과 끈끈함을 발견한다. 단절된 관계도 연결해서 흐르게 한다. 산 자의 몸으로 죽은 자의 세상을 알게 된 미구엘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하다. '가족'이 자신의 '꿈'보다 더 중요하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불특정 다수의 사랑을 받으려는 노력보다는 끈끈한 가족의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직하며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영화 <코코>에는 전반적으로 보랏빛 죽음이 깔려있다.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결국 죽음이다. 영화 전체에 깔린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 삶은 유한하기에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곁에 있는 이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될 때 빨랫줄에 달린 종이 그림으로 미구엘의 가족사가 빠르게 연출된다. 매달려 있는 알록달록, 작고 통통한 인형이 영혼의 안내자 ‘알레브리헤’를 닮았다. 마지막 장면 즈음, 거대한 그림자의 알레브리헤가 나온다. 이멜다의 알레브리헤인 ‘페피타’다. 산 자의 세상에서는 멕시코인들이 사랑하는 숄로 종 강아지 단테와 뒹굴며 노는 작은 고양이일 뿐이다. 삶과 죽음은 원래 하나 혹은 함께라고 말하는 듯하다.



산 자의 세상에서 오늘 나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영화 <코코>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 나는 누구에게 기억되고 싶은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가?

* 나는 누구를 기억하고 있나?

* 내가 끝까지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 나에게 '성공'은 무엇인가?

* 나에게 ‘성공'과 '가족'의 가치가 대립한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영원히 기억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나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

*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이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나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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