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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기홍 Jan 09. 2018

카페에서의 까다로운 손님 접객법

진상 대처는 이렇게 하라. 

카페에서의 까다로운 손님 접객법! 


 카페를 하는 동안 고객의 유형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게 됐어. 바로 20:80 법칙이 그것이지. 손님들 중 내 카페의 음료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서 오는 사람은 전체의 20%, 나머지는 맛보다는 인테리어, 분위기, 서비스 같은 외적인 요소에 더 비중을 둔다고 본 거야. 그리고 맛이 좋아서 재방문하는 손님들 중 그들의 미각만으로 판단한 비중은 20%, 나머지는 매장에 풍기는 빵과 같은 사이드 메뉴의 냄새, 즐거운 분위기, 직원들과의 교감 등 외적인 부분 때문에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80% 정도 된다고 봤어. 

 실제로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에서는 맛보다는 외적인 요소들이 손님들의 방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어. 

 커피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들이나 커피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어렵지 않게 커피의 맛을 평가하고 맛의 좋고 나쁨을 가늠하지. 하지만 그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다만 정말 맛이 없거나 매우 맛이 좋은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지. 따라서 음료의 맛이 두드러지게 좋은 매장이 아니면, 적당히 음료를 즐기는 이 80%의 손님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가 관건이야. 

 예전에 커피의 맛이 이상하다며 불만을 제기한 손님이 있었어. 커플로 보이는 이들이었는데, 에티오피아 시다모라는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선 맛이 이상하다는 거야. 그래서 맛이 어떻게 이상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더군. 

 "어떻게 시다모에서 과일향 같기도 하고 꽃향기 같기도 한 냄새가 나죠? 시다모는 좀 더 다크하고 초콜릿향이 강한 커피 아닌가요? 이 곳 커피가 맛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좀 그러네요."

 핸드드립 커피를 많이 마셔본 사람이라면 이 손님이 커피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사실 나는 그 손님에게서 남자 특유의 허풍을 느꼈어. 커피에 대해 잘 아는 척해서 여자 친구 앞에서 잘 보이려는 과장된 말과 행동을. 

 그래서 커피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남자의 어설프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워 보이는 그 허세를 꺾고 싶지 않아서 죄송하다고 하고 싱글 오리진 중 초콜릿과 캐러멜 맛이 강한 콜롬비아 커피를 내려줬어. 

 "역시 시다모 커피는 이래야지. 진짜 맛있네! 자기도 한 번 마셔봐, 어때 죽이지?"

 남자 손님은 그제야 신이 나서 여자 친구 앞에서 커피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더군. 그는 카페를 나서면서 정말 커피의 맛이 좋았다며 온갖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 나중에 그 손님이 우리 카페에 다녀간 것을 블로그에 올려놓은 것을 봤지. 덕분에 홍보에 도움이 됐어. 이렇게 손님이 커피의 맛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도 손님의 기분을 맞춰주면 그대의 카페는 커피의 맛이 좋은 곳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어. 



 기본적으로 카페는 커피의 맛이 좋아야 해. 카페의 본질은 커피맛에 있지. 그러나 맛의 좋고 나쁨에 대해 손님들이 실제로 느끼는 수준은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른 부분으로 판단해. 그래서 카페들이 인테리어, 소품, 음악, 분위기, 베이커리와 같은 사이드 메뉴 등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 하는 거야.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보는 게 카페 인테리어야. 매장마다 각기 고급스러움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또는 약간 오래된 듯한 느낌의 원목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지. 여기에 바리스타들의 멋스러운 스타일 등이 손님의 감각을 한층 만족시켜주고, 매장에서 제공하는 허니 브레드 같은 빵 굽는 냄새가 커피의 풍미를 더욱 짙게 해주는 거야. 

 특히 음악은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줘. 카페에서 음악과 함께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돈 몇 천 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싶어. 

 이때 손님들은 매장마다 인테리어가 다르듯이 커피 맛에도 각자만의 의미를 부여하곤 해. 그래서 같은 커피라 해도 집에서 마시는 것과 카페에서 마시는 것이 다른 거야. 카페에서 얻을 수 있는 분위기와 서비스의 가치가 또 다른 맛을 채워주기 때문이지. 

 반면에 카페의 주인은 자신의 매장이 커피 맛이 좋은 곳으로 이름났으면 싶지. 그러려면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또 다른 맛의 잣대를 찾아내야 해. 대체로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들은 커피의 맛만 좋다면 손님들이 알아줄 거라고 착각하는데, 스페셜티 커피의 경우 아무리 잘 만든다 해도 그 맛을 제대로 느끼는 손님들은 얼마 되지 않아. 

 손님들이 직원들과 교감을 느낀다던가, 커피의 맛을 자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장비와 소품들을 잘 진열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커피의 맛을 결정지어줄 다른 요소들에도 신경을 써야 해. 그러면 그대의 카페에 들른 손님들은 다른 곳보다 이곳의 커피 맛이 훨씬 좋다는 생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되지. 커피에 대한 좋은 선입견을 심어주는 거야. 

 다시 말해 손님들은 입에 좋은 커피만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 맛과 더불어 다른 외적인 서비스와 가치도 얻고 싶어 한다는 거야. 그러므로 20:80의 법칙을 명심하고 실질적인 맛 이외의 80%에 해당하는 외적인 요소를 서둘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 그렇게만 된다면 '그대의 카페 = 커피가 맛있는 집'으로 소문날 수 있는 지름길로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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