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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기홍 Feb 26. 2018

사소한 친절, 상대에겐 감동!  

카페 사장님에게 필요한 서비스 마인드

나에겐 사소하지만 상대에게 감동을 주는 것!


 중미 지역의 몇몇 커피 농장을 방문하기 위해 파나마로 가던 중에 이틀 정도 여유가 있어서 LA에서 카페 투어를 한 적이 있어. 마침 SCAA(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 참석 중이던 지인이 묵고 있는 숙소에서 함께하기 위해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지.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그 호텔에는 빈 방이 남아 있지 않았어. 낯선 곳인 데다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었던 터라 무작정 거리로 나가 방을 구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었어.

 그런데 빈 방이 없어서 미안하다던 카운터 직원이 한쪽 구석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더니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작은 팸플릿을 내게 보여주는 거야. 그 팸플릿은 LA 롱비치 지역의 인근 호텔 정보에 대한 것이었어. 

 그 직원은 그중에서 한 곳을 추천하더니 팸플릿에 있는 지도에 볼펜으로 표시해 가며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어. 객지에서 잠 잘 곳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할 뻔했던 순간에 나를 구해준 그 직원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 이후로 해외여행을 갈 때는 세계적으로 체인을 둔 그 호텔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어. 손님을 위해 다른 호텔을 추천해주고, 가는 길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는데, 그 직원의 자기 호텔에 대한 열정은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하니 비용과 상관없이 그 호텔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고객이라면


 손님에 대한 서비스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그대가 베푼 소소한 친절에 언젠가 단골이 되는 것 말이야. 

 나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어. 무척 더웠던 어느 해 여름, 처음 우리 매장을 찾은 듯한 여성 두 명이 메뉴판을 보면서 무엇을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이 동네는 맛있는 게 별로 없어. 어디로 가지?"

 커피 주문보다는 저녁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게 더 고민인 듯 그녀들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카운터 옆에 서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어. 그때 내가 슬며시 끼어들었지. 

 "이런 더위에는 물냉면에 비빔냉면까지 섭렵해야 잘 먹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맛있는 냉면집 알려드릴까요?"

 그 손님들은 얼른 알려달라며 신이 났지. 그래서 냉면집을 알려주고 식사 전에 깔끔한 입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산뜻한 에티오피아 시다모를 추천했어. 그들은 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는데, 내가 추천한 커피를 마시고는 색다른 맛에 빠졌어. 내가 그녀들에게 커피의 신세계를 보여준 셈이지. 

 손님들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친절하게 도움을 주거나 들어주기만 해도 그대의 카페는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기분 좋은 카페로 재탄생하는 거야. 

 며칠 후 10여 명의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어. 모두 여자였지. 알고 보니 이전에 방문한 손님들은 이 지역에 소재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친구였는데, 그 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 근처에 왔다가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우리 매장에 들른 거였어. 이들 단체 손님은 그녀들의 추천으로 우리 매장을 찾은 거였어. 학과 모임을 하는 중에 차 한 잔 하면서 회의할 곳을 찾다가 친구가 해 준 말이 생각나서 왔다는 거야. 

 그 손님들이 얼마나 우리 매장에 대한 칭찬을 했는지, "너희가 그 카페 직원이냐?"며 핀잔을 줬다지 뭐야. 맛집 하나 추천해주고 10명의 단골이 생겼으니 손님 적백은 사소하게 여길 게 아님을 몸소 깨달은 날이었어. 

 카페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 중에 하나는 무엇일까? 그것은 손님들이 실수로 음료를 쏟는 일일 거야. 그대는 어떻게 대처해? 보통은 테이블을 닦고 손님들 옷에 튄 커피를 닦을 수 있도록 냅킨이나 마른 수건을 주지. 그러고는 손님이 뜨거운 커피에 화상을 입지는 않았는지 친절하게 물어보지. 

 여기서 좀 더 손님들의 마음을 사려면 그들이 커피를 얼마나 쏟았던지 간에 새로 커피를 만들어주는 거야.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하는 거야. 

 "못 마신 게 아깝네요. 새 커피 드세요. 이번에는 바닥 말고 입에 쏟으세요."

 간혹 매장 운영이 어렵다 보니 손님이 커피를 엎지르면 새로 음료를 내줄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앞뒤 가리지 말고 새 음료를 내주는 게 좋아. 손님 입장에서 몇 천 원이나 하는 음료를 공짜로 마시는 행운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거든. 게다가 자기 실수로 커피를 쏟은 터라 당황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할 텐데. 가게 주인이 기분 좋은 얼굴로 테이블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새로 커피도 가져다주면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지 않겠어? 카페 주인 입장에선 별 것 아닌 것이 손님에게는  큰 서비스가 될 수 있어. 

 접객은 생각처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손님이 그대의 매장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든지, 커피의 맛을 즐기든지, 호젓한 시간을 보내든지, 공부를 하든지 간에 손님이 원하는 만큼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중요해.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도록 우리는 접객을 잘 해야 하지. 

 그 첫 단계가 음료를 주문받을 때 손님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거야. 이를 통해 손님이 원하는 게 뭔지, 그대라 손님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유머 감각은커녕 눈치도 없어서 걱정이라고? 그래도 손님에게 한 마디라도 말을 붙이려고 노력해야지. 정 힘들면 잘하는 사람을 보고 연습해. 

 사소한 말 한마디, 대수롭지 않은 행동 하나가 손님들을 단골로 만드는 좋은 서비스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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