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웰 커피 2스푼, 동서 프리마 3스푼, 설탕 2스푼은 황금 레시피!
커피가 습관이 된 지 참 오래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찾는 것, 식사 후 찾게 되는 것, 졸릴 때면 찾는 것, 집중이 안 될 때 찾는 것도 커피 한 잔, 커피 한 모금이다. 이 습관이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릴 적 중학생이던 시절에 친구 녀석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과외해 주던 대학생 형이 타다 준 맥스웰 한 잔이 내 최초의 커피였던 건 확실히 기억난다. 동서 프리마 3스푼에 설탕 2스푼 넣고 달달하게 타 준 커피 한 잔이 어찌나 맛있던지… 그전까지는 커피는 어른들의 음료라 생각해서 감히 커피를 마신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었는데 그 날 이후 금단의 열매처럼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그렇게 소원이었다.
내가 살던 어촌 시골에서는 다방이란 곳이 많았다. 작은 동네 양복점을 하던 아버지께서는 손님들이 오면 꼭 다방에 전화를 걸어 커피를 주문하고는 했다. 그게 내가 살던 시골에서 손님들 대접하는 방식이었으니까. 그래서 시골의 꼬맹이었던 나는 손님들 오시면 주는 음료니까 어른들만 마실 수 있는 게 커피라고 생각했었던 거다. 그러다 대학생 형이 타 주던 커피를 마신 이후엔 마치 내가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이 달달한 음료에 푹 빠져서 쿨피스 따윈 애들이나 먹는 거라고 외치는, 요즘 애들 말로 중2병 환자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집에 커피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요즘처럼 간편하게 커피믹스로 된 봉지커피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나에겐 커피란 게 쉽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은 알 거다. 그 당시에는 커피가 유리병에 담겨서 팔렸고 프리마란 것도 병에 담겨 팔렸다는 거. 요즘처럼 커피, 설탕, 프림이 한 봉지 안에 들어가서 컵 안에 넣고 물만 부으면 끝인 간편한 커피 스틱이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예전엔 커피를 탈 때 ‘둘, 둘, 둘’ ‘둘, 둘, 셋’ 등의 주문 요청이 있었다. 커피 2스푼, 프림 2스푼, 설탕 2 스푼’으로 커피를 타 달라는 주문을 그렇게 ‘둘, 둘, 둘’이라고 외쳤던 거다. 아마 30~40대들은 다들 이 말을 기억할 거다. 그리고 이 '둘둘둘'의 황금 레시피가 그 시절의 커피를 대변했던 거 말이다.
그렇게 나의 커피는 시작된 것 같다. 결국 습관처럼 마시게 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직장 생활하고 얼마 안 가서였을 거다. 왜냐면 그 전에는 습관처럼 커피를 마실 돈이 없었던 가난한 학생이었으니까^^; 그저 커피란 것도 도서관에 비치된 커피자판기에서 100원 넣고 뽑아 먹던 자판기 커피가 다였으니까. 또, 직장 초년생이었을 때까지는 나는 블랙커피(요즘 아메리카노 정도로 불릴 수 있는 커피)는 마시지 못했다. 그 쓴 걸 어떻게 마실 수 있냐며 항상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달달한 커피만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내 커피는 달달한 기억이었다.
그 후 직장 생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잡으로 시작하게 된 카페 겸 바에서 지금의 커피 인생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카페에서 파는 제품이니까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쓴 맛 꾹 참아가며 마셨던 것이 그대로 습관이 되고 말았다. 그땐 내가 평생 커피라는 걸 업으로 할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었는데… 참 재밌는 인생이다. 이제는 커피라는 게 습관이라는 걸 넘어서 하루에 최소 3잔 정도는 마셔야 하는 마약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뭐, 나처럼 커피가 습관이 된 사람들 덕에 내가 요즘 먹고 사니깐 커피가 습관이 됐다는 말이 유행가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살짝 있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