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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Apr 15. 2022

남들보다 빠르게 영양제를 사랑하게 되었다.

70대 부모님 덕에 알게 된 영양제 사랑

“큰 딸.”

“왜요?

“간에 좋은 영양제가 있다는데, 하나 구매해줘.”

“간이요? 알았어요.”


“큰 딸.”

“왜요? 엄마.”

“밤에 잠이 안 오는데 마그네슘이 좋다고 하네, 하나만 구매해줘.”

“마그네슘이요? 네.”


그렇게 몇 년 후,


“엄마, 아빠, 와서 이것 좀 보세요.”

“뭐?”

“초록입 홍합이 그렇게 관절에 그렇게 좋대요. 그리고 돼지감자가 당뇨에 그렇게 좋다는데, 차 티백으로 나온 게 있어요. 다 구매할게요.”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한 부모님의 부탁으로 하나둘씩 영양제를 사기 시작하면서, 나의 영양제 사랑은 시작되었다.





나는 30대 후반까지 가장 기본적인 영양제인 비타민조차 먹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유산균과 비타민은 먹는 게 좋다는 지인의 말에도 이 나이에 무슨 영양제 라면서 가볍게 무시했다. 영양제를 먹는다는 것이 왠지 나이 듦의 상징(?)처럼 느껴져서 좀 꺼려졌던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부탁으로 영양제를 사게 되면서, 나에게 필요할 것 같은 영양제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렇게 부모님께 드린다는 핑계하에 나는 이것저것 영양제를 사기 시작했다.


그중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영양제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질 건강 유산균이고, 또 다른 하나는 눈 건강 영양제이다.


나는 생리 불순이 몹시 심했다. 생리 날짜를 맞춘 적이 거의 없었을 정도다. 그런데 질 유산균을 먹은 지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매월 날짜를 딱딱 맞춰가면서 생리를 시작되는 게 아닌가? 와~ 10대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40대가 넘어서 날짜를 맞추다니, 감격이었다. 거기다 몇 개월에 한 번씩 바늘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있었는데, 그것도 많이 완화되었다.


그리고 40대 초반이어느 날, 휴대폰 뒤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정보를 보려다가 보이지가 않아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받았던 충격은...,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그리고 바로 눈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루테인을 먹다가 나중에 빌베리로 바꿈.) 그리고 반년 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 뒷면에 있는 작은 글씨었는데, 아무런 불편함 없이 쭉쭉 읽어 내려갔다. 다 읽고 나서야 내가 반년 전에는 읽지 못했던 글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 영양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이렇게 몇몇 영양제를 통해서 내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걸 확인하고는, 나는 거의 맹목적으로 영양제를 사 모았다. 말 그대로 사서 모으는 수준으로 구매를 했다. (실패한 영양제도 많이 있었다. 스피룰리나를 먹고 변비로 한참 고생했고, 간 영양제는 내 몸에 맞지 않았다. 마구잡이로 먹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영양제 외에 생활패턴이나, 식단의 변화 등의 이유로 내 몸에 변화가 생긴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위 두 가지 사건(?)으로 영양제를 완전히 맹신했고, 지금은 부모님이 뭔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전에 사다 바치는 수준이 되었다.


어느 정도냐면, 우리 집에는 5단짜리 영양제 서랍장이 있다.



서랍장 맨 위에는 세 사람이 공통으로 먹는 영양제인 비타민D오메가3, 마그네슘이 있다.

-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는 엄마에게 필수인 오메가3. 밤에 잠이 잘 안 올 때 먹으면 좋다고 엄마 친구분들이 추천해준 마그네슘.


엄마 영양제 칸에는 피로에 좋은 영양제, 관절에 좋은 영양제, 눈 영양제, 유산균이 있고, 아버지 영양제 칸에는 간에 좋은 영양제, 잇몸에 좋은 영양제, 관절에 좋은 영양제, 유산균이 있다.

- 술 한잔이 삶의 낙인 아버지에게 간 영양제는 필수.


나의 경우는 콜라겐, 글루타티온 등 피부에 좋은 영양제질 건강 유산균을 더 먹고 있다. (나만 먹는 영양제는 내 방에 따로 고이 모셔져 있다.)

- 40대가 되면서 피부 탄력이 눈에 띌 정도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몇 년 전부터 꼭 챙겨 먹고 있는 콜라겐과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질 건강 유산균.


솔직히 정말 많이 줄여서 이 정도다. 그 전에는 위에 좋은 영양제, 머리카락에 좋다는 영양제부터 온갖 종류의 환까지 먹었다.


가끔 친한 지인들과 영양제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영양제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마도 70대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더 빨리 접하게 되어서 그런 듯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열심히 눈여겨보고 있다. 물론, 남용은 조심하고 있다. 영양제도 상생이 있어서 아무리 좋은 영양제라도 같이 먹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이 말을 듣고 역시나 충격받았다, 영양제는 아무렇게나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잘 알아보면서 딱 필요한 영양제만 챙겨 먹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이 내가 사준 영양제로 덜 아프다는 이야기를 가끔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영양제 사랑은 더욱더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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