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연예인 000이 누군가의 그림을, 책을 좋아하더라. 세계적인 스타 000이 브이앱에서 무명 가수 누구의 노래가 좋다고 하더라.
위의 기사가 뜨는 순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림도, 책도, 신인 가수도, 검색어 상단에 바로 올라갈 것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책과 음원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차트인이 될 것이고, 무명 화가는 단번에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것이다.
처음에는 "이 얼마나 놀라운 마케팅 효과인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BTS의 RM의 미술관 방문 기사를 보는데, "이 사람은 좋아함의 무게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가 목적이 아닌, 좋아하는 걸 하고 있을 뿐인데,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었다.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우연히 알게 된 작은 식당의 김밥이 맛있어서 인스타에 올렸는데, 갑자기 그 식당이 관광 명소가 되어버린다면? 어쩌다 본 캐릭터 인형 하나가 귀여워서 "귀엽지 않아요."라고 말했는데, 그 캐릭터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좋아한 것들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걸까?
내가 들른 작은 식당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내가 들고 있던 캐릭터 인형이 저작권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면, 누구누구의 식당, 누구누구의 인형이라고 소문난 것에 대해서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물론, 다 나만의 상상일 뿐이다.
내 주위에 그런 걸로 고민하는 사람도 없으니,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하지만, 확실하게 하나는 알 것 같았다.
그들의 좋아함에 무게를 재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걸 당신들도 좋아해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광고가 아닌 이상)
그냥 우리네 일상처럼 평범하게 좋아하는 걸 하고 있을 뿐인데, 그들의 영향력이 그들의 좋아함을 가볍게 만들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가볍지 않게 만든 사람은 바로 "나(우리)"이다.
그들은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다만, 그들의 좋아하는 것이 그들의 영향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들은 사람들이 들이대는 그 무게를 반드시 짊어져야 할 것이다.
좋아함에 무게가 있다는 말은 "내가 누군가의 영향력에 무게를 주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나저나 내 지인들에게는 나 역시 "좋아함에 무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써보고 좋았던 제품들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써보고는 안 맞았다고 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책임지라."는 반농담을 듣고 무척 황당했었는데, 유명인은 꽤나 골치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좋아함에 자신의 인생 자체를 올려버리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테니까.
(참고로 살면서 어린 사람들 중에서 내가 존경스럽다고 말한 사람이 딱 두 명인데, 그중 한 명이 BTS의 RM입니다. (나머지 한 명은 김연아 선수) RM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아직 20대인데, "선생님!"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말들을 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건지, 타고나기를 그런 건지, 나의 20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지나갔는데, 어떻게 어린 나이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건지, 이모뻘 나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조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RM의 행동에 무게를 올렸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