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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May 13. 2023

우리가 누구를 왕따 시킨다고요?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면서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해서 나름 구분이 생겼는데,

우선, 일상대화를 할 때도 업무대화를 할 때도 편한 사람이 있고, (직장 내 절친이 된다)

일상대화는 편하지만, 업무대화는 불편한 사람이 있고, (사무실 밖에서 봐야 반갑다)

일상대화는 불편하지만, 업무대화는 편한 사람이 있고, (업무상 필요할 때만 본다)

마지막으로 가장 흔치 않은 일상대화를 할 때도 업무대화를 할 때도 몹시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내가 지금부터 말할 사람은 마지막 유형에 해당되는 사람이었다.


대리는 가시가 가득 돋친 고슴도치를 생각나게 한다. 언제나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제발 말투 좀 어떻게 하면 돼요"라고 말한 직원이 있을 정도로  대리는 항상 날이 서있고, 공격적인 말투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렇기에 전 대리와의 대화는 매번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나는 '정말 심각하게 난리가 날 정도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전 대리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리와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유아독존, 마이웨이인 직원들을 종종 보고는 했지만, "나 싫어해? 나도 너 싫어. 그러니 우리 서로 관심두지 말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대리는 달랐다.

"나 너 싫어해. 너도 날 싫어한다고? 감히 너 따위가 나를 싫어해?"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위와 같은 반응에 나랑 친한 직원 중 한 명인  대리가  대리와 크게 싸운 일이 있었다.  대리는  대리 때문에 정말 큰 상처를 받았고, 이를 상사에게 알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할 뿐이다.) 김 대리는 똑같은 사람은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대리를 지원했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 지금까지 나나,  대리는 업무상  대리 지원을 받은 적이 한 번도 다. 받을 수 없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대리는 달랐다.  대리는  대리를 향해 싫은 티를 팍팍 냈다. 그리고 김 대리가 하는 업무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건 대리의 습관(?)인 건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전 대리는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적을 물리치기(?) 위한 증거를 모은 다는 핑계로 이곳저곳 참 많이도 쑤시고 다녔다.


차라리 그 시간을 본인을 위해 썼더라면,  대리의 세상은 좀 더 다정했을 텐데, 주위에 적만 가득했던  대리는 새로운 적인  대리의 흠집을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전 대리가 찾아낸 증거(?)들은 특정 문구나, 상황 등을 본인의 잣대로 확대 해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타격감이 전혀 없었다.


거기다 전 대리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말도 하기 시작했다.


"김 대리가 윤 대리(나)와 함께 나를 왕따 시키고 있어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의 표정은 "뮝미"였다.

"대리가 우리 왕따 시키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그러게요, 나는  대리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까지 다 왕따 시키는 줄 알았는데."


나는 전 대리가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걸 본 적이 없. 전 대리는 기분이 나쁘면 상하 가리지 않고 싸웠고,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나 이 일 못해요."라며 던지는 사람이었다. 전 대리가 던진 일은 대부분이 나나 김 대리한테 떨어지고는 했었다. 


그런 사람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그것도 김 대리와 나에게? 심지어 김 대리는 전 대리의 미친 짓(증거 모음)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전 대리가 김 대리를 괴롭히는 거 아니었나?


왕따 이야기를 들은 이후, 안 그래도 불편했던  대리가 점점 미워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이어지던 간단한 대화도 아예 하지 않게 되었고,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면 도와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전 대리는 김 대리를 못 잡아먹어서 난리를 칠 때는 언제고, 업무상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김 대리를 찾았다. 그리고 볼일이 끝나면 또다시 몇 건, 몇 달이건 다른 도움이 필요할 때까지 김 대리를 대놓고 무시했다.


나와 김 대리는 그냥 이해하는 걸 포기했다.


그런데, 왕따 발언은 단어가 주는 불쾌함이 있어서 그런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참고로, 대리의 왕따 발언에도 사무실에는 그 어떤 동요도 없었습니다. 직원 중 한 명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누가, 누구를요?"이라고 되묻더군요.)


(위 글에 나오는 직급 등은 실제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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