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고 숨겨놓은 또 다른 나
나는 주 4일 근무한다.
다들 불금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불목이다.
주 4일 근무는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는 자그마치 3일이나 불편한 상황에 방해받지 않고, 고요함 속에서 나를 챙길 수가 있게 됐다.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가끔 게임도 하고, 영상도 보면서, 오롯이 긴장 없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평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월요일은 주말의 잔상으로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 쳐다보는 것도 불편한 사람에게도 친절할 수 있고, 신경 쓰이는 상황들도 "그럴 수 있지."라며 유연하게 넘어간다.
부처의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요일이다.
화요일이 되면, 조금씩 예민해지기 시작한다.
수요일은 불편한 사람과 상황에 화가 나기 시작한다.
목요일은 그야말로 악마가 된다.
월요일에는 이해됐던 모든 일들이 목요일에는 용납이 안된다. 쌓이고 쌓인 불편함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온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저런 인간을 이해하려 했던 자신에게조차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목요일 밤이 되면, 나는 그날의 일을 자책한다.
금요일은 주중의 일들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날이다.
토요일은 주중과는 완벽하게 다른 마음으로 변화된다.
그리고 일요일은 부처의 마음으로 돌아왔다는 착각 속에 또다시 깊은 고요와 평화를 느낀다. 그 어떤 사람도 상황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가끔은 주중 현실이 환상이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나란 존재는 어디에 있어도, 어느 순간에도, 평화로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놓는 것처럼 내 일주일은 무한반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일주일 내내 화가 가득 차 있던 예전에 비하면 훨씬 행복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반복이 깨지길 원했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평화로운 감정을 알게 된 후에 생겨난 욕심이었다.
원하지 않는 상황이 무한 반복되는 것은 "내 마음 깊은 곳 안에 억눌러놓은 뭔가가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인정받지 못한 어떤 마음이, 자신을 알아달라고 계속해서 현실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직장에서 내가 겪은 불쾌한 상황들이 모두 "인정"이라는 키워드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열심히 일 했는데 알아주지 않을 때, 내가 하는 일을 하찮게 볼 때, 특히 내 공을 다른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이 가져갔을 때 등, 그럴 때마다 나의 분노 버튼이 눌려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인정받아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친구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나는 인정받을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항상 믿어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정"하는 뭔가를 가지지 못한 나를 참으로 오랫동안 미워했었다.
나는 인정받음과 사랑받음을 동급으로 취급한 것이다.
(아, 그래서 호구 소리를 많이 들은 건가. 작은 깨달음(ㆆ_ㆆ))
나는 내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인정받지 못해서 비참해진 내 모습도 상상해 보았다. 숨이 턱턱 막히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끔찍했지만,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는 연습을 조금씩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말 반복되는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목요일에는 악마가 된다. 하지만,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음을 받아들인 후, 더는 밤을 새우며 나를 자책하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월요일도, 목요일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나는 지금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무시당하는 나를 찾기 위해 열심히 헤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