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해도 괜찮아.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산책을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가던 길로만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운 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렇게 새로운 길에 발을 디뎠는데,
"음, 돌아가야겠어."
나는 채 몇 분도 걷지 않고 뒤를 돌았다.
갑자기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이 든 것이다.
"괜히 갔다가 헤매면 어떡해."
나는 내가 끝까지 갈 수 없는 이유를 수십 가지를 만들면서 되돌아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나는 또다시 "새로운 길" 앞에 멈춰 섰다.
"다시 가볼까?"
끝까지 가지 못해서 그런 걸까? 새로운 길로 눈길이 자꾸 갔다.
이번에는 꽤 많이 걸었다. 하지만, 역시나 중간에 멈춰 섰다.
"더 가면 돌아서 나오기 힘들 것 같은데,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도 모르잖아."
나는 처음 걸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온갖 핑계를 대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이 걸어갔다.
하지만, 역시나 끝까지 가지는 못했다.
뒤돌아 나오는 내 모습이 왜 이렇게 한심해 보이던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되잖아."
그리고 보니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나는 왜 멈춘 걸까?
갑자기 번득 든 생각에 돌아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한참을 서서 새로운 길을 바라봤다.
이날 나는 "새로운 길의 끝자락"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
오늘 새로운 산책로를 걷고 있는데, 끝까지 가지 못하고 되돌아갔던 일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불현듯 위 상황이 '내 삶에서도 똑같이 이어지고 있구나'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호기심이 생긴 일은 우선 시작부터 하고 보는 성격이다.
시작은 언제나 호기로웠다.
드디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 기쁨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정적으로 매달리고는 했었다.
하지만, 몇 개월 후, 나는 사그라지는 열정과 함께, 역시 이 길이 내 길이 아니었다는 온갖 핑계를 대면서, 벌려 놓은 모든 일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니야. 역시 이 길이 내 길이었어."라고 생각하고, 또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놓아버리기를 반복.
결국 끈기 있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면서, 모든 일을 포기하고는 했다.
내 삶은 새로운 산책길을 걸어가던 내 모습과 완전히 똑같았다.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 시작만 하고 마무리하지 못하는 모습. 돌고 돌아서 다시 시작하는 나를 보며 한심해하는 모습. 그동안 허비한 시간을 안타까워하는 모습.
나는 위 모습들 때문에 나 자신을 참으로 많이 미워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다시 시작하려는 모든 일들을 끝까지 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중간에 포기해도 괜찮아. 포기하면서 얻은 경험이 다시 시작할 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시작할 때마다 두려움이 점점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잖아. 지금 네가 포기했던 일들, 그리도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모든 일들도 결국에는 새로운 길의 끝자락을 본 것처럼 보게 될 거야.
그러니 아예 포기하는 것만은 하지 마."
나는 나를 향해 계속 반복해서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산책길이 제 삶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산책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나날입니다. ƪ(˘⌣˘)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