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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Jun 22. 2023

오랜만에 책을 들었다

스토너(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요즘 책을 한 권 읽고 있다.

존 월리엄스의 "스토너"란 책이다.

읽는 속도가 많이 느리다.

주인공인 스토너가 문학과 사랑에 빠지던 순간을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반복해서 읽다 보니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장래 계획이 전혀 없던 스토너는 월리엄 셰익스피어의 시 한 편에 문학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아래의 순간을 맞이했고, 그의 인생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월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한참 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허파에서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옷이 움직이는 것을 세심하게 인식했다.(중간 생략)

스토너는 책상을 꽉 붙들고 있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 갈색 피부에 감탄하고, 뭉툭한 손끝에 꼭 맞게 손톱을 만들어준 그 복잡한 메커니즘에 감탄했다. 작고 작은 정맥과 동맥 속에서 섬세하게 박동하여 손끝에서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전까지 주인공인 스토너를 생각하면 어두운 회색의 뻣뻣한 낡은 양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의 스토너는 여전히 낡긴 했지만,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회색의 세미 정장이 연상된다.


나는 스토너가 문학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믿고 있었던 사랑이 거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정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었나?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맞이했던 적이 있었나?


섬세한 손끝을 바라보며 감탄한 적도 없었고, 허파에서 빠져나가는 숨소리를 인식해 본 적도 없었다.


나는 평생 알지 못했던 스토너가 맞이했던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이나, 간절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 등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감정을 공유하려고 애썼다.


때때로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혀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스토너가 맞이한 "그 순간"을 나는 맞이할 수 있을까?


나는 반복되는 일상의 편안함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작고 작은 정맥과 동맥 속에서 섬세하게 박동하여 손끝에서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보고 싶었지만 엄두도 내보지 않은 일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결심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도전하는 자체만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보며,


하나씩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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