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다서영 May 23. 2023

아버지의 요상한 전화 통화

서로 통하면 됐다

아버지의 전화벨이 울렸다.

오랜만에 작은 고모부의 전화였다. 아버지는 스피커폰으로 고모부와 대화를 나누셨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잘 지냈어? 일은 잘 다니고?"

"네. 최근에 다른 마트로 옮겼습니다."

작은 고모부는 퇴직 후, 마트에서 일하신다.

"일해야지. 일. 나도 일 해야 하는데, 매일 집에만 있어서 힘들어."

"아이고, 형님, 이제 곧 팔십이신데, 쉬셔야죠."

"쉬기는 무슨, 집에만 있으면 힘들어. 자네는 일 괜찮고?"

"그냥저냥 그렇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사람이 일을 해야 해. 집에만 있으면 안 돼."

"나이가 있는데 힘듭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집에만 있으면 더 힘들어. 작은 소일거리라도 해야지."

"저도 곧 칠십이라서 힘들어요."

"아직 칠십도 안 된 사람이 무슨 말이야. 나는 일만 있으면 바로 하고 싶구먼."

"이제 쉬어야죠. 언제까지 일을 합니까?"

"언제까지가 어디 있어.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거지. 일 할 때가 가장 행복한 거야."


대충 이런 대화였다.

통화가 끝난 후, 엄마가 아버지한테 한 소리를 했다.


"아니, 당신은 몸도 안 좋은 사람한테 자꾸 일해야 한다느니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뭐가?"

"고모부 얼마 전에 수술했잖아요. 그런 분한테 계속 일해야 한다느니 그런 말을 왜 해요."

"내가 언제 그랬어."

"계속 말했잖아요."

"내가? 나는 나 일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 뭐 서로 통했으니 됐네요."

"뭐가?"

"아니에요."


아버지는 고모부의 "저도 곧 칠십이라서 힘들어요."라는 말을 "곧 칠십 인 나도 힘든데, 팔십이 다 되신 형님이 어떻게 일하시려고요?"로 이해를 하신 듯했다. 누가 들어도 고모부는 본인 이야기를 하신 것 같은데, 뭐 어찌 됐든 엄마 말대로 서로 통했으니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에 대한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