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전화벨이 울렸다.
오랜만에 작은 고모부의 전화였다. 아버지는 스피커폰으로 고모부와 대화를 나누셨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잘 지냈어? 일은 잘 다니고?"
"네. 최근에 다른 마트로 옮겼습니다."
작은 고모부는 퇴직 후, 마트에서 일하신다.
"일해야지. 일. 나도 일 해야 하는데, 매일 집에만 있어서 힘들어."
"아이고, 형님, 이제 곧 팔십이신데, 쉬셔야죠."
"쉬기는 무슨, 집에만 있으면 힘들어. 자네는 일 괜찮고?"
"그냥저냥 그렇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사람이 일을 해야 해. 집에만 있으면 안 돼."
"나이가 있는데 힘듭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집에만 있으면 더 힘들어. 작은 소일거리라도 해야지."
"저도 곧 칠십이라서 힘들어요."
"아직 칠십도 안 된 사람이 무슨 말이야. 나는 일만 있으면 바로 하고 싶구먼."
"이제 쉬어야죠. 언제까지 일을 합니까?"
"언제까지가 어디 있어.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거지. 일 할 때가 가장 행복한 거야."
대충 이런 대화였다.
통화가 끝난 후, 엄마가 아버지한테 한 소리를 했다.
"아니, 당신은 몸도 안 좋은 사람한테 자꾸 일해야 한다느니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뭐가?"
"고모부 얼마 전에 수술했잖아요. 그런 분한테 계속 일해야 한다느니 그런 말을 왜 해요."
"내가 언제 그랬어."
"계속 말했잖아요."
"내가? 나는 나 일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 뭐 서로 통했으니 됐네요."
"뭐가?"
"아니에요."
아버지는 고모부의 "저도 곧 칠십이라서 힘들어요."라는 말을 "곧 칠십 인 나도 힘든데, 팔십이 다 되신 형님이 어떻게 일하시려고요?"로 이해를 하신 듯했다. 누가 들어도 고모부는 본인 이야기를 하신 것 같은데, 뭐 어찌 됐든 엄마 말대로 서로 통했으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