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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Jul 05. 2023

낭떠러지 끝에서 나눈 대화

짧은 이야기(소설)

다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끝자락에 서서 발밑을 내려다봤다. 어둠에 묻혀 어렴풋이 보이는 파도와 뾰족한 바위들이 낭떠러지 끝에 아른거리며 차가운 바닷바람이 다래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다래는 지금 생각할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단 한 발, 한 발만 내딛으면 자신의 숨통을 옳아 매고 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달빛마저 구름에 가져지면서 짙은 어둠이 뱀처럼 스멀스멀 다래의 온몸을 휘감으며 조여 왔다. 다래는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천 개의 껍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껍질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더 단단해진다.


다래는 달과 가까워지기 위해 바닷가에서 가장 높은 이곳으로 올라왔다. 청명하고 성스럽게까지 보이던 달빛이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어둠을 몰아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래는 이곳에 올라와서 사십 평생 눈길조차 준 적 없던 저 깊숙한 곳,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절망스러울 정도로 지독한 어둠을 깨우고 말았다. 


죽. 음.


잠들어 있던 죽음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깊은 잠에 빠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때가 된 것인가? 죽음은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깨운 이를 찾았다. 

죽음은 차가운 바닷바람에 온몸을 덜덜 떨며 양팔로 어깨를 감싸고 쭈그려 앉아 있는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고, 생기를 잃은 두 눈은 낭떠러지 끝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아직은 자신의 손을 잡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이는데, 죽음은 여자의 생각과 감정으로 스멀스멀 스며들어갔다.


이름 : 이 다래

나이 : 41살

직업 : 백화점 판매원

결혼여부 : 미혼

가족관계 : 아버지, 어머니, 예쁜 언니 진래, 똑똑한 동생 미래


“아니. 재는 누굴 닮아서 저 모양이야.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저러고 있냐고. 내가 창피해서 밖에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어. 당신은 애를 어떻게 키운 거야?”

“당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어? 당신이야말로 애들한테 관심이나 있었어? 그나마 내가 제대로 보살펴서 진래나 미래가 이 정도로 사는 거라고.”

또 시작이군. 밤 근무로 새벽녘에야 들어와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더 이상은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래는 거실에서 대놓고 싸우는 두 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기가 무척이나 괴로웠다. 아버지는 과묵하고 거의 말이 없는 분인데, 자존심 상하는 일만 생기면 어머니나 다래를 붙잡고 상처 주는 말을 내뱉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부터는 어머니만 붙잡고 화를 토해내는데, 다래는 그것이 더 괴로웠다.



언니 진래는 어렸을 때부터 예쁘고 똑똑해서 아버지의 자랑거리였다. 언니는 쫓아다니던 남자들이 꽤 많았고, 그들 중 아버지 맘에 드는 사람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다. 언니는 형부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라고 했지만, 미래와 나는 언니의 말을 믿지 않았다. 형부 집안이 강남에 건물 몇 채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 집안이고, 형부 역시 대기업 건설사에서 일하고 있던 장래 유망한 남자였기에 아버지와 언니가 선택했다는 것이 미래와 나의 생각이다. 


동생 미래는 우리 집 자매 중 제일 강한 아이였다. 미래는 명문 대학을 졸업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에 십 년 넘게 다니고 있다. 미래는 일을 시작한 이후, 부모님께 손을 벌린 적이 없었다. 오히려 집에 큰일이 생겼을 때마다 집안의 기둥이 되어 주었다. 얼마 전에는 결혼할 남자친구와 함께 마련한 집으로 결혼 전까지 혼자 살아보겠다며 독립을 했다.


그럼 나는 어떤가? 진래 언니처럼 예쁜 것도 아니고, 미래처럼 똑똑하지도 못했다. 다른 집 둘째들은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대부분이라던데, 우리 집은 미래가 그런 성격이고, 나는 지극히 평범했다. 심지어 소심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 오랫동안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여자한테 갈 때도 나는 잡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안 미래가 펄쩍 뛰며 남자친구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나는 말렸다.

“언니는 그게 문제야. 그러니까 버림받지!”

미래의 말이 맞았다. 나는 소심하고, 어리석으며, 그리고 추악했다. 속으로는 달려가서 머리끄덩이라도 붙잡고 소리치고 싶었다. 너한테 바친 내 젊음을 돌려내라고 악을 쓰고도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들 뭐가 달라질까. 이미 떠나버린 남자 붙잡고 지독한 악녀가 되어서 그에게서 완전히 잊힌 여자는 되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착한 여자로 남고 싶었다. 나중에 열 살이나 어린 여자랑 살면서 예전 다래는 이 정도는 이해했는데, 이 여자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하길 바라며 끝까지 좋은 여자로 그의 추억 속에 있고 싶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멍청한 여자인가.



“그래서? 나를 깨운 이유는?”

바람에 움직이는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스산하게 들려온다. 다래는 죽음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내 인생 봤잖아. 사십이 넘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 속만 썩이고 있는 거.”

“그리고?”

“아직 결혼도 못했고, 벌어놓은 돈도 없어. 남들 보기 탄탄하지 못한 직업도 없고, 외모도 몸매도 지극히 평범해. 아니 못났다고 하는 게 맞겠지.”

“또?”

“성격도 너무 소심해.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언제나 속으로 끙끙 앓아.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데, 사람들은 내가 답답하다고 짜증을 내.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 친구도 없어.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친구는 나를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가버렸고, 그 일만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부모님은 나만 보면 푹푹 한숨만 내쉬어. 이 정도면 너를 깨운 이유 충분하지 않아?”

“그래서, 내가 너에게 뭘 주면 되지?”

“자유.”

“자유?”

“그래. 죽으면 나를 상처 주고 괴롭게 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잖아. 너는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어.”

다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미 자유를 얻은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진다. 

“너는 내가 너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고 말하는군. 전에 나를 깨운 이는 내가 자신에게 천국을 선물해 줄 것이라고 말하더니.”

“전에 너를 깨운 이?”

"나는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 그들의 가장 깊은 곳, 평상시에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그곳에서 잠든 채로 이 세상에 내려오지. 그러다 너희가 이곳에서의 삶을 끝내고 싶어 하는 날이 다가오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서 너희를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 솔직히 나를 깨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함께 할 여정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오기에, 나는 할 일이 별로 없어. 그런데 너나 전에 나를 깨운 남자 같은 경우는 조금 달라.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않은데, 나를 깨운단 말이지. 강제로 깨우면, 나는 혼란스러워.”

“혼란스럽다고? 네가?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악마잖아. 악마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

“악마라고? 새로운 표현이군. 그럼 너는 악마에게 자유를 달라고 한 건가? 전의 남자는 나보고 지옥의 왕이라고 하면서, 천국을 달라고 하더니. 도대체 너희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해는 쭈그리고 앉아서 두 팔로 무릎을 꽉 켜 안았다. 긴 머리카락이 차가운 바닷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다래는 갑자기 멍해진 머리를 부여잡고는, 세차게 흔들었다.

“나야말로 혼란스러워. 너는 대체 뭐야?”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나를 깨운 사람은 바로 너야.”

“그럼 전에 너를 깨운 사람은 뭐라고 했는데? 그 사람은 너를 왜 깨웠는데?”



그가 죽음을 깨웠을 때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로 찢긴 채 차가운 흙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몇 날 며칠을 빨지 않았는지, 꺼무죽죽하고 구멍이 군데군데 뚫려 있는 더러운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거의 넝마가 되어버린 상의를 걸친 그의 등은 채찍 자국으로 자욱했다. 그의 육체는 비록 많이 상해있긴 했지만, 아직은 죽음을 깨울 때가 아니었다. 죽음이 물었다.

“왜 나를 깨운 거지?”

“네가 날 천국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옆으로 뉘어져 있는 그의 몸은 망가진 인형처럼 한쪽 팔은 등 뒤로 가 있고, 한 다리는 앞으로 꺾인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죽음은 그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봤는데, 채찍으로 맞은 곳을 제외하고는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이라도 난 것처럼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죽음에게 말했다.

“나를 아버지가 계신 천국으로 데려가죠.”

“내가? 어떻게?”

“너는 온 세상 사람들 모두가 두려워하는, 그 어떤 것이든 뜻대로 할 수 있는 지옥의 왕이잖아.”

“내가 지옥의 왕이라고? 음, 그런데 지옥의 왕이 어떻게 너를 천국으로 데려갈 수 있지?”

그는 무슨 생각에 빠졌는지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눈동자를 굴렸다. 죽음은 그의 머릿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자마자 눈앞에 석양으로 물든 수평선이 눈부시게 펼쳐졌다. 아직은 앳돼 보이는 어린 소년이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자의 어깨에 올라타서 주황빛으로 물든 석양과 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를 환하게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알리아, 나의 아들.”

“우리 아버지야. 멋지시지?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정의로운 분이시지. 아버지는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바치셨어. 그런 아버지가 반역자라니. 이제 그만, 더는 상관없어. 그냥 다 지쳤어. 이젠 그만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부탁이야. 천국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이곳에서 그냥 떠나게만 해줘.”

그는 역력히 지친 목소리로 들릴 듯 말 듯 읊조렸지만, 죽음은 육체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원한다면 해주지. 그런데 네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뿐이거든. 너를 육체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

“뭐?”

“너를 육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뭐? 잠깐. 잠깐.”

다혜는 황급히 죽음의 이야기를 끊었다. 

“육체를 벗어나게 하는 일이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그래.”

“육체를 벗어나게 한다고? 어떻게? 옷을 벗는 것처럼? 그럼 옷 안에 있는 건 뭔데?”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정확히 뭐가 궁금한 거야?”

정확히 뭐가 궁금하냐고? 다혜는 숨이 막혀오는 혼란스러움에 가슴을 부여잡고 왼쪽 이마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면서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했다.

‘죽음이 단지 육체를 벗어버리는 거라면 내 생각은? 감정은? 그것도 육체와 함께 사라지는 거야? 아니면 생각과 감정은 죽어서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설마,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죽어서도 평생 따라다니는 건 아니겠지?’


죽음은 아무 말 없이 다래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는 온갖 생각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다래는 죽음이 곁에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듯 미친 듯이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바람에 의해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고 있는 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래야, 나 정말 죽고 싶다. 네 형부처럼 무심한 남자는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을 거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결혼 전에는 그렇게 자상하더니, 다른 날도 아니고 1년에 딱 한 번 있는 내 생일날 어떻게 아무 말도 없이 야근을 해. 미치지 않고서야 그게 가능해?”

“생일이라고 말했어?”

“그걸 내가 왜 말해.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지. 아침에 미역국 끓여놓은 거 보면 몰라? 솔직히 자기 생일날 직접 미역국 끓이는 사람이 어딨어? 자존심 상하지만 꾹 참고 끊였는데, 이 둔한 인간이 눈치채지도 못하고.”

언니는 형부한테 화나는 일이 있으면, 나한테 끝이 없는 하소연을 했다. 부모님한테는 말할 수는 없고, 자존심 때문에 친구들한테도 터 놓지도 못한다. 주위 사람들 모두 언니네 가정을 이상적인 결혼생활의 본보기로 알고 있기에 언니는 불만이 있어도 남 신경 쓰느냐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다. 언젠간 한 번은 밤늦게 자는 나를 깨워서 몇 시간을 울고 불며 난리를 쳤는데, 나는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소연을 듣다가 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언니 전화를 무시하지 않고 계속 받는 이유는 언니가 유일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마저 언니를 받아주지 않으면,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사는 언니가 스스로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다, 예쁘다, 자랑스럽다 등등 온갖 미사여구를 온몸에 치장하고 살아온 언니는 주변에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면 참지를 못했다. 그런 언니에게 이제 그만 언니를 둘러싸고 있는 포장지를 벗어버리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언니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언니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언니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그거 하나였다. 


“이런 미친 회사.”

미래가 씩씩거리며 들어온다. 오늘 진급 발표날이라더니 또 미끄러졌나 보다. 벌써 두 번째였다.

“왜? 승진 못했어?”

“말도 꺼내지 마. 이놈의 회사 때려치우던지. 누가 과장 됐는지 알아? 유 대리야, 유 대리. 나보다 1년이나 늦게 들어온 그 자식.”

“승진 대상도 아닌데 후보 명단에 올라갔다고 했었던 그 사람?”

“그러니까. 누굴 바보로 아나. 내 성과 점수가 가장 높은 거 뻔히 아는데, 나보다 점수도 낮고 1년이나 늦게 들어온 그 자식을 과장으로 올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유리천장이야. 유리천장이.”

미래는 열받는다며 밥도 먹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누구랑 통화하는지 한참을 씩씩거리며 언성을 높였다. 미래네 회사, 해도 너무 했다. 미래가 그 회사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바쁘면 주말도 없이 나가고, 급한 행사가 있을 때는 앞뒤 가리지 않고 지방이든 국외든 다녀온 미래였다. 할 말은 다 하는 미래 성격 때문에 상사하고 몇 번 부딪힌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일로 미움이 박힌 건지 진급심사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진 것이다. 그래도 작년에는 동기인 남자 직원한테 밀렸기에 참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1년이나 늦게 입사한 후배한테 밀려버려서 폭발해 버렸다. 다들 부러워하는 이름 있는 회사라도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는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했고, 한때 꿈꿨었던 바리스타 공부를 시작했다. 미래는 나보고 나중에 같이 카페를 운영하자고 했다. 나 역시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아서 따로 배우고 있었기에 앞으로 5년 후에 같이 카페를 차리기로 서로 약속했다.


그러고 보니 카페를 차리려고 따로 들어 둔 적금 만기가 얼마나 남았더라?



다래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서 적금 통장을 확인했다. 

"뭐야, 얼마 안 남았잖아."

다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구름 밖으로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 달빛의 인도를 받으며 서둘러 낭떠러지에서 내려갔다. 


다해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었다.


다래가 떠나자, 죽음이 졸린 눈을 비비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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