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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Jul 10. 2023

정희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짧은 이야기(소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위한 정의구현

국민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정희는 울부짖고 있는 피해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긴 싸움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이긴 거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희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건 완벽한 패배야."


범인은 피해자의 가족을 폭행했고, 협박했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었다. 피해자를 스토커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서 피해자의 가족에게 접근했다. 철저하게 계획된 범행이었다.  


범인은 피해자가 자신과 만나지 않는 이유가 피해자의 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찮은 망상이었다.

범인은 피해자의 가족이 사라진다면, 피해자가 자신에게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피해자의 가족들을 감금하고, 폭행했다. 거기다 정황상 범인은 피해자의 가족들을 살려둘 생각이 아니었다.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 정희는 안타까웠다.


범인은 가족의 안위를 내세워 피해자를 불러냈다. 그리고 범했다. 당시 피해자는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반항하지 못했다.


하지만, 판결은 말했다.


반항한 흔적이 없었기에 성폭행이 이루어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또한, 피해자들의 상처가 크지 않은 점(여동생이 기지를 발휘에 감금된 장소에서 가족들은 탈출할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피해자의 자취방에 있던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가해자가 초범이고, 아직 앞 길이 창창한 젊은 사람이라는 점. 가해자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하지만 피해자가 강력 처벌을 원하고 있기에 징역 2년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내용은 완벽하게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피해자의 고통과 충격,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아닌 완벽하게 가해자를 위한 판결이었다.


정희는 가해자가 사회에 나오면 이번에는 진짜 "살인"이 일어날 수도 말했다.

현재 피해자는(가족을 포함하여) 정신적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정희는 이 점을 강조했다. 


"가해자가 사회에 나오면, 피해자 가족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피해자가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합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판결입니까?"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피해자의 고통은 판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언론에 제보도 했지만, 더 큰 사건들이 터지면서 피해자의 사건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정희는 피해자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미안합니다."

정희의 사과에 피해자는 "괜찮습니다. 변호사님은 최선을 다해주셨어요."라고 대답했다.

처음으로 듣는 피해자의 덤덤한 목소리에 정희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피해자는 감정이 사라진 것처럼 기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변호사님, 우리 가족과 제 인생은 완전히 무너졌어요. 더 이상 무너질 것도 없습니다. 저는 삶을 포기했습니다. 어차피 포기한 삶, 저도 가해자가 되어서 판결 속 가련한 주인공이 되어볼까 합니다."

정희는 피해자의 눈동자에서 기이하게 이글거리는 불꽃을 목격했다.


정희는 조만간 가해자를 위한 변호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 나라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위한 나라니까.


(위 내용은 현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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