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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Jul 28. 2023

눈앞에서 아저씨가 넘어졌다

죄책감

버스를 타기 직전이었다. 어떤 아저씨가 봉지 하나를 들고 지그재그로 걸어오는 것이 곁눈으로 보였다. 속으로 ' 대낮부터 술에 취하셨구먼'이라고 생각하고 버스에 타려는데, 비틀거리며 걸어오던 아저씨가 옆으로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는 바동거리면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못 일어나셨다.


나는 순간 놀라서 다가가려 했지만, 멈칫했다.

술에 취한 아저씨. 찜찜한 마음. 주위의 다른 사람들. 

나는 그냥 버스에 올라타서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버스 기사님도 신경 쓰였는지 한동안 출발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넘어진 아저씨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버스는 출발했다.


나는 그때부터 죄책감에 시달렸다.

술에 취해서 쓰러진 게 아니면 어쩌지?

주위 사람들이 잘 케어했겠지?


나는 왜 아저씨는 일으키지 않았을까?


술에 취해 지그재그로 걸어오던 모습.


아마도 그게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내게는 그저 대낮에 술을 마시고 정신을 못 차리는 무서운 아저씨였던 것이다.


술에 취한 사람은 무섭다.


하지만, 넘어져서 바동거리는 사람을 그냥 두고 왔다는 죄책감은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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