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에세이와 소설 그 어디쯤
실행
신고
라이킷
29
댓글
2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윤다서영
Aug 12. 2023
고구려 소녀의 여정
묘족 관련 다큐를 보고 떠오른 이야기
묘족이 중국 남단
으로 강제 이주된 고구려 유민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다큐를 보았다.
(실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네 선조들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묘족.
색동저고리와 우뚝 쏟은 솟대.
너, 나 등 동일한 단어들.
묘족이
살고 있는
동네? 지역?을
보는데
불현듯 고(구)려의 수도에 살고 있었을 수도 있는 한 소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연은
흉흉한 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버지. 우리나라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버지는
연을
보며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말한다.
"지금까지 전쟁이 없었던 해가 있었느냐. 우리는 언제나 이겨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니 걱정 말거라."
고위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궁에 오갈 수 있는 직함을 달고 있는 아버지의
말씀
이었다.
연은
가슴을
쓸어내렸
다.
"맞아요.
평양성 근처까지 적이
쳐들어 왔어도 문제없던 나라였지요.
그런데 왜 검이 네는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갈까요?"
검은 연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였다.
아버지는 연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검의 아버지는 신중한 성격으로 함부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은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검이 말로는 대막리지(연개소문)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에, 이사를 결정했대요."
"대막리지께서는 강력한 힘을 가진 세 분의 아드님이 계신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말거라."
연의 아버지는 칠백 년을 이어온 고(구)려의 힘을 믿었다.
평양성에 적들이 들이닥쳤다.
연은 어머니의 품에 안겨 부들부들 떨었다.
연과 동생을 꼭 껴안고 있던 연의 어머니가 연의 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이제 어찌 되는 겁니까?"
연의 아버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울부짖었다.
"어찌 같은 민족으로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어찌 제 나라를 다른 나라에 제 손으로 넘길 수 있단 말입니까?"
연의 아버지는 당에 투항 후 성문을 열어버린 고(구)려 장군들과 당에 고(구)려의 군사 정보를 넘긴 내통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외침은 그들에게 닿지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연의 아버지는 울화통에 죽을 것 같았다. 연의 어머니가 울부짖는 남편을 일으켜 세웠다.
"이미 끝난 일입니다. 성문을 열렸고, 왕은 항복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연의 어머니는 연과 연의 어린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는 지금 우리 아이들의 안위가 가장 걱정입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며칠 후, 연의 가족은 짐꾸러미 하나씩 들고 평양성을 빠져나오는 긴 행렬에 합류했다.
신당연합군은 고(구)려 부흥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평양성에서 내보내는 중이었다. 비록, 명망 있는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귀족 가문이었기에 연의 가족은 평양성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어머니."
연은 작은 보따리를 품 안에 꽉 안고는 어머니를 불러보았다. 연의 어머니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연아,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 우리랑 같이 가는 사람들을 보거라. 다 우리 고(구)려 사람들이야."
연은 길게 늘어서 있는 행렬을 빠르게 앞 뒤로 쳐다본 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기 고운이네 가족이 보여요. 아, 저기는 이명이도 있어요."
"그래. 지금은 가까이 갈 수 없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같이... 그래, 우리는 같이 살아갈 거야."
연은 당으로 끌려간다는 소리에 벌벌 떨었었다. 그런데 당으로 끌려가도 알고 지냈던 지인들과 같이 지낼 수 있다니, 연은 기쁨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keyword
고구려
소녀
윤다서영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다정하고 친절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구독자
141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도 안 한 내가 꿈속에서 전남편을 만났다
꿈의 동물원?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